백성일(본보 수석논설위원)
요즘 전주시 상수도 유수율 제고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전북도와 전주시간에 갈등이 확산돼 가고 있다.전주시가 지난해 12월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당초 1위를 한 현대건설이 입찰 규정을 어겼다며 2위업체인 포스코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전주시는 현대건설이 업체 이름을 쓰지 말도록 한 입찰 규정을 어겼다며 벌점을 부과해 사업자 결정을 번복했다.탈락업체인 현대건설은 전주시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고 전주시도 상수도 사업에 대해 도가 감사하는 건 부당하다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관선시대에는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 발생했다.개구리가 뱀을 무는 격이 되었다.
이번 일은 현대건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이후 곧바로 지난 2월 도감사가 실시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 한 꼴이 되고 말았다.도는 시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여 시가 업체 선정 결과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평가심의위를 다시 열지 않은 것은 계약법 위반이라며 전주시 부시장등 7명을 중징계토록 결정했다.이같은 도의 감사 결과 발표가 양 기관을 극한 대립 상태로 몰고 갔다.그간 송하진시장도 김완주지사를 여러차례 만나 선처를 호소했으나 김지사의 생각이 워낙 단호해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도는 감사가 정당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시는 사업자 번복 결정에 하자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하지만 시중에는 도와 시의 대립관계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송시장이 김지사가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열성을 보였던 경전철 건설사업을 백지화시킨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감사를 실시토록 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김지사가 송시장을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고 송시장을 꺾기위해 사사건건 전주시정을 발목 잡는다는 말도 나돌았다.허물이 많은 지사가 청빈하게 시정을 끌고 가는 송시장을 너무 괴롭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더 점입가경인 것은 이달 3일 현대건설측의 행정정보 공개 요구에 따라 도가 시 간부들의 실명이 게재된 이의신청 기각문 초본을 현대건설측에 제공한 것과 관련해 안세경부시장 등 4명이 자신들의 명의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10억 공탁 조건으로 현대건설측이 제기한 입찰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 들여졌고 실시설계 적격자 결정 무효 확인소송에 대한 판결이 이달 25일로 잡혀 있어 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주느냐에 따라 김지사와 송시장의 처지가 갈릴 전망이다.현대가 승소하면 전주시는 엄청난 타격을 입고 패소하면 도가 타격을 입게 돼 있다.
도와 전주시는 돌아 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인 양 자치단체가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다투는 것은 잘못됐다.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혈세를 갖고 소송수행비를 지불한 것에 곱지 않은 시각이다.형과 아우가 타협점을 찾아 해결할 문제를 법정까지 끌고 간 건 문제가 있다.도가 감사한 것을 놓고 시가 죽기살기식으로 법에 매달린는 것을 놓고 도가 억울해 할 수 있다.하지만 이번 일만 놓고 속 좁게 보지 말았으면 한다.김지사도 지난날 자신의 행적을 살펴보면 전주시를 마냥 탓할 일만은 아니다.
/백성일(본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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