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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재인촌 우듬지 '화', 그것은 火 또는 花'

가슴으로 느껴진 '감동의 무대' 배우들 열연 관객 없어 아쉬움

'소현제자' 역 이하늬씨(왼)와 인조역을 맡은 정찬호씨. ([email protected])

요즘 연극은 지나치게 친절하다. 배우들의 대사와 세세한 무대장치, 관객들을 향한 설명은 구체적이고 자세하다. 또 웃음이 관객과의 소통의 전부인양, 관객들을 웃게 만들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도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어느새 이런 연극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어떤 무대에서든 말따먹기 농담이나 몸개그를 기대하며 진중한 것들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극단 재인촌 우듬지의 대표작 '화, 그것은 火 또는 花'(연출·작 김영오)가 열리고 있는 재인촌 우듬지 소극장. 19일 오후 3시 공연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단 4명 뿐이었다. 며칠 전에는 2명이 본 적도 있고, 또 어떤 날에는 아예 관객이 오지 않아 배우들만이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공연을 펼친 적도 있다고 했다. 통 장사가 되지 않는다.

 

지난 4일 개관한 소극장 공사로 포스터 몇 장 붙인 것이 홍보의 전부이기도 했지만, 분명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은 재인촌 우듬지의 연극을 낯설어 하고 있는 것이다.

 

궁을 연상시키는 벽지와 공간을 가르는 발이 양쪽에 늘어진 무대에는 용상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초라할 정도로 단순한 공간. 그러나 무대는 온전히 배우들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채워진다.

 

'화, 그것은 火 또는 花'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죽인 아버지 '인조'와 아들 '소현세자'의 피맺힌 이야기다. '인조'의 꿈과 현실이 같은 선택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이미 극에 몰입한 관객들에게 큰 반전으로 다가온다.

 

특히 극이 절정에 이르는 '인조'의 꿈 장면은 '인조'역을 맡은 정찬호와 '소현세자'역을 맡은 이하늬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30분이 넘도록 암전 한 번 없이 깊은 감정선을 유지하며 긴 호흡의 대사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두 배우는 40대 중견배우와 20대 젊은배우가 각자의 위치에서 끌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대 대다수의 공연물에 비해 참으로 불친절한 '화, 그것은 火 또는 花'. 하지만 막이 내릴 때 관객들은 눈물을 흘린다. 혹, 지금의 연극들은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길을 잃고 있지 않은가. 오랜만에 연극의 진정성이 가슴으로 느껴지는 무대를 만났다. (8월 31일까지 전주시 경원동 재인촌 우듬지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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