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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좋은 국민' 을 만들려면 - 박영주

박영주(우석대 교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며 연거푸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래서 소통의 문제를 바로 잡아주려나 하는 기대로 기다렸더니 사과 담화문이 곧 소통이라 착각했는지 이제는 오히려 국민들이 정부와 대통령을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어 국가의 안녕을 어지럽힌다고 살수차, 소화기, 방패 등 1970년대 유행했던, 한물가도 한참 간 공포의 종합선물세트를 안겨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특이한 소통 방법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 부모라면 한 나라의 가장은 대통령이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성공하는 아이, 좋은 아이,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어 한다. 대통령인들 국민을 자신을 믿어주는 국민, 좋은 국민으로 만들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을 망치는 교육법만 피하면 될 일이다.

 

《기트너 교육법》으로 알려진 앨리스 기트너 박사가 얼마 전 내한하여 우리나라 부모들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아이를 위한 교육법에 대해 강연을 했는데 그 중에서 "아이를 망치는 교육법"이 눈길을 끈다. 사실 좋은 아이, 공부 잘하고 똑똑하고, 성공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에 관한 정보들은 너무 많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내 아이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혹시 부모 탓인가 하는 죄책감마저 갖게 된다. 그에 반해 아이를 망치지 않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의외로 간단한데 이는 바로 아이를 위협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사탕발림 같은 보상으로 꼬드기지 말라는 것이다.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 안 놔둔다는 식의 위협은 아이의 자율성을 심히 저해한다. 사실 사람의 심리가 위협을 받으면 오히려 반감이 커질 수 있고 금지하는 것을 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커지지 않던가.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면 될 일이다. 이것이 소통 아니고 무언가! 마찬가지다. 화가 난 국민들에게 소통이 안 돼서 벌어진 일이라 사과를 했으면 그 다음엔 정말 소통다운 소통을 하면 좋은 국민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대통령과 국민을 이어주는 진정한 소통, 대화는 국민의 감정에 대응하는 것이다. 왜 화가 났는지 알아달라고 외치는 국민들을 향해 그들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고, 외국관광객의 방문이 줄어들고, 하는 이런 어줍지 않은 죄의식을 심어 주려는 구태의연한 방식에 의존하지 말고 분노한 연유와 무엇을 요구하는지 들어보면 되는 것이다. 즉, 이해와 감정이입이 위협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말과 행동은 지그재그이면서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것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것과 같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말 잘 들어 줄 때만 사랑스러운 내 아이이고, 정부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런 의사표시 없이 조용(?)한 국민일 때만 좋은 국민이라면 이는 아이의 자아형성을 망치는 지름길이요 민주사회를 죽이는 지름길이다. 부모의 권위는 아이에게 이해되어 질 때 진정한 권위가 된다. 좋은 아이, 어진 국민을 얻고자 한다면 이해와 감정이입이 바탕이 된 소통을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위협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

 

※ 박영주 교수는 프랑스 리용 2대학에서 심리학 석사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0년부터 우석대학교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박영주(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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