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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銀 매각, 금융 해외경쟁력 위축 우려

외환銀노조-HSBC 합의문 효력 의문시..간부 성명서도 논란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최근 영국 HSBC와 해외영업망 유지 등을 약속하는 합의서를 채택했지만 합의서의 법적 효력이나 문구의 신빙성 등이 문제시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해외영업망을 자랑하는 외환은행이 HSBC에 인수될 경우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해외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은행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또 외환은행 간부진이 이달 초 발표한 성명서도 졸속 발표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금융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노조가 지난 22일 HSBC와 합의서를 통해 해외 지점망 유지 등에 대해 보장받았다고 밝혔지만 이 합의서의 법적 효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합의문에서 은행 명칭이나 상장 유지, 고용보호, 국내지점망 보호 등에 대해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채 `계속 유지'한다고만 되어 있어 언제까지 보장되는 지 여부도 불명확하다.

 

국내외 영업망과 관련된 4조 (b)항의 `외환은행의 해외 지점망은 은행의 중요한 부분(an integral part of the bank)으로 유지된다'는 문구 중 `은행(the bank)'이 HSBC를 뜻할 경우 외환은행의 해외 지점을 HSBC 소유로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SC제일은행은 제일은행의 해외 지점 일부를 폐쇄해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 본사 소유로 편입하고 소수의 제일은행 직원을 파견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 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1999년 7개의 해외점포가 있었지만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릿지캐피털에 인수된 이후 미국 LA와 뉴욕 지점 및 베트남 현지법인이 폐쇄됐다. 또 영국 SCB에 인수된 이후에는 일본 도쿄와 런던, 홍콩, 중국 칭다오(靑島) 지역 점포가 폐쇄되면서 해외 점포가 모두 사라졌다.

 

한미은행 역시 1999년 5개의 해외 점포가 있었지만 미국 씨티은행에 인수된 이후 모두 폐쇄됐다.

 

외환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6월말 현재 27개로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으며 해외지점 비중은 6.8%로 해외 점포수 18개로 2위인 우리은행의 1.93%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해외점포의 질적인 수준을 반영하는 해외부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2.9%로 국내 최고이며 총 수익 중 해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11.50%로 타행의 3~12배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이 HSBC에 넘어간 뒤 해외 영업망이 붕괴될 경우 국내 금융산업의 해외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신 의원은 "해외 진출의 선발주자인 외환은행을 HSBC에 넘길 경우 국내 은행의 해외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는 만큼 국내 자본이 외환은행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실효성있는 국내 금융업의 해외 경쟁력 확보 전략이 없다면 금융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없으며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언급이 없는 상태에서 (외환은행 매각을) 심의하는 것도 일의 선후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법적 효력에 상관없이 합의 사항 이행에 서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본다"며 "만약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면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달 초 외환은행 간부들이 발표한 론스타와 관련한 법적 문제와 외환은행 매각은 별개라는 내용의 성명서가 졸속으로 마련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성명서 내용은 지난 4월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한 론스타특검법 발의를 촉구하는 내용의 신문 광고를 내고 국내 자본이 주도하는 전략적 투자자(SI)의 인수 필요성을 담은 정책제안서를 채택했던 `외환은행 독자생존을 위한 전국 부점장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는 180도 다른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부 부점장들은 발표 전날인 7일 저녁 본부장들이 불시에 부점장들을 소집해 성명서 동의 여부를 결정토록 요구하는 등 성명서가 졸속으로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인사권을 쥔 본부장들 앞에서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해 일부 부점장들은 성명서의 문구나 논리를 따져볼 겨를도 없이 찬성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외환은행의 한 지점장은 "당시 각 지역 본부장들이 부점장들을 불러 모아 성명서에 대해 찬반만 얘기할 것을 주문했으며 일부 부점장들의 성명서 문구 수정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HSBC와 론스타 이사회로부터 외환은행 매매계약 연장을 유도하기 위한 도구로 성명서가 이용된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간부 성명서는 본부장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부점장들이 서명한 용지를 소매, 기업, 대기업본부 등 각 본부별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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