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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조선시대 초상화 초본 특별전 - 이원복

이원복(국립전주박물관장)

한여름 장마철엔 습도에 민감한 서화를 대상으로 한 기획전시는 가급적 피하는 게 원칙이다. 전시실은 현대적인 시설과 장비로 조명은 물론 온습도 조정이 가능하나 이동 중 문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전주박물관에선 원래 예정과 달리 초복 사흘 뒤 대서(大暑)인 지난 7월 22일 '조선시대 초상화 초본(草本)' 특별전시를 열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복원수리에 들어간 보물 제931호인 〈태조어진(太祖御眞)〉 귀향 예정일에 맞춘 그야말로 특별한 파격적 처사였다.

 

하지만 이 어진 귀환이 10월로 늦춰져 본의 아닌 차질이 발생했다. 이에 이 지역 출신 어용화사(御容畵師) 채용신(蔡龍臣,1850-1941)이 그린 〈고종어진(高宗御眞)〉으로 대체했다. 별도의 개막행사는 접고 22일 당일 두 차례에 걸쳐 전시품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중앙서 연 전시이나 서울과 달리 박물관에 기탁된 보물 제792호로 〈이상길(李尙吉,1566-1637)초상〉등 명품들이 추가되었다. '조선의 화불(畵佛)'로 지칭되는 김명국(金命國,1600-1663이후)이 1634에 그린, 드문 조선중기 양식을 지닌 점에서 중시된다.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초상화는 우리 옛 그림에서 점하는 비중이 높고 그림 됨됨이인 화격(畵格)이나 기량 모두에서 크게 주목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용산에 신축된 국립중앙박물관은 근 10년 걸려 규모나 내용 모두에서 국제적으로도 손색없는 대규모 박물관으로 일신되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답보상태였던 지역 소재 국립박물관들도 지난해부터 특화사업이 시작되어 국립전주박물관은 금년 봄 '고대문화실'이 새롭게 탈바꿈을 시도했다. 연말까지 2층 '미술실'을 그동안 발굴과 학문성과를 반영하고 이 지역 출토 문화재를 중심 불교문화와 도자공예, 조선 종실서화 및 전북의 서화 등 지역적 특징을 강조한 전시실로 새롭게 개편한다. 2010년 후년이면 개관 20주년을 맞으니 그 때까지 세 전시실이 모두 바뀌니 일단락된다. 새 정부 들어서 일단 금년 말까지로 제한적이긴 하나 전국 국립박물관 모두는 대규모 기획전을 제외한 상설전시는 무료이니 전주도 예외가 아니다.

 

염장군(炎將軍)의 기세가 대단한 그야말로 복중(伏中)이다. 장마가 끝난다는 보도는 휴가와 피서여행 등 마냥 꿈에 들뜨게 할 무렵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제적인 고유가 등 국내외 결코 밝지 않은 경제 여건은 우리들에게 예년과는 같지 않다. 도심에서 냉방시설이 썩 잘된 곳으론 은행이 있다. 잠간 무더위를 피할 장소로 애용되어 특히 노인 분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에 지지 않는 다른 장소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도심에서 조금은 외진 곳이나 시내버스가 닿는 곳, 근 2만 평에 이르는 대지, 푸름이 싱그러운 소나무 숲이 있는 곳, 정문을 거쳐 매미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와 현관을 통과하면 된다. 다름 아닌 완산구 효자동 쑥고개길에 위치한 국립전주박물관이 다름 아닌 그곳이다. 전시를 두루 둘러본 뒤 정원 한 모퉁이 언덕,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박물관 뜰을 내려보는 멋도 각별하다.

 

/이원복(국립전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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