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은 유랑민 '디아스포라'의 꽃을 의미합니다. 주인공 탈북 소녀 충심이 가족들을 찾아 헤매다 죽은 그 자리에서 피는 꽃이 찔레꽃이거든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남·북이 분단체제로 인해 크게 상처받았습니다. 그 상처를 치유하는 글을 쓰고자 했습니다."
소설가 정도상씨(48)는 책 「찔레꽃」 (창비)을 통해 국경 안팎으로 난무하는 폭력과 비정함, 이 신산한 현실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섬세한 정서와 흔들림을 그렸다.
충심의 고향인 함흥을 떠나 남양, 중국 헤이룽쟝성 농촌, 션양, 그리고 한국으로 이동하는 고단한 경로가 일곱 편의 연작 소설에 담겼다.
'사람답게, 나이에 어울리게 살고 싶었다. 좋은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저녁을 먹고(…) 무엇보다도 신분증 없이 떠돌지 않으며, 아무리 늦어도 돌아갈 집이 있는 삶을 충심은 간절히 소망했다. 그러나 충심의 그 작은 소망은 모조리 금기에 속했다.'
인신매매단에 팔려 조선족과 강제결혼을 하고, 간신히 탈출해 옌볜에서 안마사로 살아가는 그녀의 고통스러운 삶이 주된 축이다. 인신매매 약장사 밀매 등이 범람하는 곳에서 국가권력의 폭력성과 허구성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그녀가 목숨 걸고 얻은 신분증의 현실은 처참했다. 외국인 노동자보다 더 심한 차별은 충심이 노래방 도우미·매춘부로 몸을 팔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기 때문. 부끄러운 우리네 자화상이다.
하지만 이 글이 완전한 비극·허무로 치닫는 것은 아니다. 충심을 팔아넘긴 갑봉이 충심의 돈을 가로챈 사기꾼들을 추적하고, 춘구가 팔아넘긴 충심과 미향을 돕는 순간, 이들의 비정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바뀐다.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믿음의 끈을 놓지 않은 대목이다.
작가는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영혼의 유랑민에 가까운 3년의 시간을 보냈다.
"내 고통스러운 경험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싶었습니다. 무심히 잊고 있었던 이들의 절박한 눈빛과 몸짓에 대해서도 더이상 침묵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정씨는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을 위한 실무 접촉, 남북한 언어를 총망라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준비, 남북한 문인들의 공동 문예지인 「통일문학」 창간 등에 가담하며 북한 문제에 관해 고민해왔다. 그래서 그에게 북한은 회복해야 할 법률적 영토가 아니라 문학적 영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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