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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쇠고기 협상 미국 선물론 - 김승일

김승일(본보 객원논설위원·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국회 민생특위가 조용히 마무리 되는가 싶었으나 역시 그게 아니었다. 엊그제 미국산 쇠고기수입 국정조사특위에서 끝내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발단은 농수산식품부 기관보고 도중 장·차관도 아닌 일개 농업통상정책관의 소신발언 때문이었다. 미국과 쇠고기수입 협상을 주도했던 민동석 정책관은 그동안 야권에서 제기했던 이명박대통령의 '방미 선물론'에 대해 작심한듯 한마디 했다. '선물은 우리가 준 것이 아니라 미국이 우리에게 준것으로 생각한다'고.

 

민정책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회의장은 벌집을 쑤신듯 소란스러워졌다. '어디서 그따위 소리를 하느냐' '국민들을 우롱하는 망언이다' '당장 취소하고 사과하라'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 의원들의 고성과 질책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미동도 않은채 꼿꼿한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할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지금까지 보아왔던 정부 관료의 태도와는 영딴판이었다. TV로 이 장면을 지켜보던 국민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모르긴 해도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쓴웃음을 참지 못하며 보는 심정이었을게다.

 

왜 그랬을까? 장관은 이미 경질된 상태고 그 또한 사의를 포명한 마당이다. 더 이상 국회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법 하다. 촛불집회로 전국을 뜨겁게 달궜고 대통령이 두번이나 국민들에게 사과한 졸속협상에 대해 적어도 일말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망발을 서슴치 않을 정도라면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단 말인가? 그는 뒤늦게 '한국 대통령을 초청해놓고 협상이 결렬되면 안좋으니 미국이 더 조급하게 매달렸다'는 뜻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하긴 했다. 하지만 엎질러진 그의 말에 진정성이 있다고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또한 아무리 '가재는 게편'이라지만 그 소란속에서도 민정책관을 감싸고 도는듯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태도는 또 뭔가.

 

속담에 '식혜먹은 고양이 속'이라는 말이 있다. 제가 저지른 일이 탄론날까봐 두려워 하는 자세를 비유하고 이 속담은 민정책관의 이날 태도에 딱 들어맞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간 강심장으로는 그런 궤변을 늘어 놓을수 없는 일이다. 물론 '미국 선물론'이 그에게는 소신일수도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너무 질책이 쏟아지니 울화통이 치멀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책임있는 고위 공직자라면 말은 신중하게 골라서 할 줄도 알아야 한다.

 

불가(佛家)에서는 입은 재앙과 근심의 문(門)이라고도 한다. 입속의 세치 혀를 잘못 놀려서 몸이 죽고 집을 망치며 나라에까지 해독을 미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살기가 고단하여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는 서민들에게 엉뚱한 '선물론'궤변으로 심사를 뒤틀리게 하다니 당신 정말 옛날 식으로 볼기 몇 대 맞아야 정신 차릴 것인가?

 

/김승일(본보 객원논설위원·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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