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는 내가 만졌으나 쓴 것은 늦본 딸아이다. 다시 또 받아쓸 언어들이 찾아와준다면, 그 안부가 궁금하다. 새로운 언어를 느낄 때가 있다."
장수 출신 장철문 시인(42)이 세번째 시집 「무릎 위의 자작나무」(창비)를 펴냈다.
5년 만에 나온 시집은 한결 순연해진 눈길이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되고 오늘의 내가 또 먼 훗날의 내가 될 인연. 세계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연결돼 있는 인연의 발판은 바로 어린 딸로부터 비롯됐다.
'자작나무가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다 // 돋아나고 있다, 가슴에서도 / 피어나고 있다 // (…) // 구겨져서 납작하게 눌린 나무가 / 잎사귀에 피어서 / 주름들이 지워지고 있다 // 내가 자작나무의 무릎 위에 앉아 있다.'
표제시 '무릎 위의 자작나무'는 아버지도, 자식도 등장하지 않지만 자작나무로 상징되는 존재와 존재가 만난다. 그에게 새로운 힘이 되고 있는 아이가 준 시는 '소주를 먹다' '시를 구기다' '아내가 머리하러 간 사이' 등 많다. 자식은 내가 아닌 나. 아이는 시인의 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길바닥' '가족공원' '조문' 등 삶과 죽음의 순환을 다룬 시편들도 이와 무관치 않다.
1994년 「창작과비평」 겨울호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의 시의 힘은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을 오래 응시하는 데서 나온다. 활달하면서도 주도면밀하고, 과도한 수사를 배제했으면서도 매끄러운 문장으로 뽑아낸 감성들이 고르게 배열돼 있다. 그동안 시집 「바람의 서쪽」 「산벚나무의 저녁」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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