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본보 논설위원·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지방공무원을 하다가 정년퇴임한 필자의 친구 한명은 자전거 애호가다. 그 흔한 자가용 승용차 한번 굴린 일 없이 그는 공직생활 내내 자전거 출퇴근을 고집했다. 지금도 그는 어디를 가나 자전거를 끌고 다닌다. 친구들이 더러 촌스럽지 않으냐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그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않는 나라에서 자동차가 무슨 소용이냐. 건강에 좋고 가계에도 도움을 주는 자전거야말로 교통수단으로는 최고'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타보지 않은 사람은 그 효용성을 모른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자전거 타보기를 하라고 권하는것도 빼놓지 않는다.
그렇다. 굳이 그가 강조하지 않더라도 지금 자전거를 전세계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에 좋고 에너지 절약되고 일산화탄소도 줄이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는게 자전거다. 네덜란드나 독일 프랑스 일본 같은 나라들은 이미 자전거 출퇴근족이 크게 늘어나 교통분담률이 최고 27%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한다. 우리나라의 3%수준에 비할바가 아니다. 자전거 보급률 또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횡단보도에까지 전용도로를 내고 도심 곳곳에 보관소를 설치할 정도다.
우리나라도 근래 자전거 출퇴근이나 하이킹족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주시의 경우는 전국 자치단체중 비교적 자전거타기 환경이 양호한 편이다. 지난 98년 당시 김완주시장이 취임하면서 시민 건강증진과 교통난 해소 차원에서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사업을 적극 추진한 덕분이다. 지금까지 10년동안 3백억원의 사업비를 쏟아 부어 시내 일원에 총 연장 280km의 전용도로가 개설돼 있다. 교통분담률 8%의 실적이 거저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 자전거 전용도로가 완벽하게 갖춰진것은 아니다. 도심의 경우 연결망이 자주 끊기고 보도와의 겸용, 접속도로와의 턱높이 차이, 보행자의 통행불편, 상가와의 마찰등으로 활용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한때 자전거 전용도로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고유가 시대에 살면서 개인의 건강을 증시하는 시민들의 인식이 차츰 이 도로의 효용성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고집스럽게 자전거타기를 강조해온 김완주지사가 엊그제 관사에서부터 도청사까지 자전거로 출근하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승용차 홀짝제 운행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는 도청 공무원들이 이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은 없었을까? 김지사의 솔선수범은 따라 주는 공무원들의 호응이 있어야 비로소 전시효과나마 거둘수 있을 것이다.
무더위도 한 풀 꺾이면서 가을 문턱에 들어서는 9월이다. 에너지 절약을 말로만 외칠 일이 아니라 선선한 가을바람을 타고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 시민들의 모습이 늘어 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승일(본보 논설위원·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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