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희(전북발전硏 연구원)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당연하거나 분명한 일에 대해 상대방과 의견이 대립될 때 나는 곧잘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내가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의사표현인 셈이다. 대개는 커피내기 또는 식사내기를 하지만 이런 나의 성향을 도박성이라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누군가 물어온다. 내기를 좋아하시는 거보니 도박게임도 좋아하시겠는데요? 나는 도박성향이 강한 것일까?
BC3000년~BC2000년경 이집트와 인도에도 정형화된 내기가 있었으며, 성서에도 제비뽑기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걸 보면 도박의 역사는 꽤 긴 것 같다. 유흥과 모임이 유난히 많았던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1926년 대중적인 도박장이 합법화된 이후, 고용창출을 포함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이유로 많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사행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마카오는 명실상부한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를 만들기 위해 대규모의 카지노 호텔을 조성하고 있고, 싱가포르 역시 센토사 인근에 대규모 카지노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강원도가 폐광으로 인해 위축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카지노를 택했으며, 중독과 부정?부패 등 각종 사회적 비용과 지역경제활성화라는 양 측면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성인 중 20%가 도박을 즐기고 이 중 20%가 중독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 결과가 맞다면 전체성인의 4%는 도박중독인 셈이다. 사감위는 2000년 6조원대에 머무르던 국내 사행산업규모가 2007년에는 15조원에 육박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0.67%에 이른다고 발표하였다. 사행산업은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카지노 등을 포함한다. 온라인 도박 사이트나 음지화 된 도박시장까지를 포함하면 실제 도박시장의 규모는 이를 훌쩍 뛰어 넘을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9월에 강력한 사행산업 규제안을 마련하고 사행산업의 규모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규제안은 국내 사행산업에 매출총량제를 도입하고 그 규모를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67% 수준인 사행산업 시장규모를 2011년 0.58%로 줄이고 2011년 이후에는 시장 성장률을 GDP 성장률에 연동시킨다는 것이다.
지역발전의 성장동력을 관광산업의 육성과 관광객 유입을 통해 달성하려는 지자체가 많아질수록 사행산업의 도입에 대한 찬반의 논란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사행산업의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행산업의 총량규제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노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에는 대보름 놀이, 강강수월래 등을 하고 논다고 배웠지만 실제로는 먹는 것과 고스톱이 전부인 사람들에게 어떤 놀이 방법을 알려주어야 할까?
/정명희(전북발전硏 연구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