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고집보다는 트랜드 받아들여야죠"
색이 참 곱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색이 나오기까지는 철저한 과정이 필요하다. 원단의 재질과 무게, 염료의 종류와 무게 등을 계산해 색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마치 색에 대한 공식처럼 계량화된 자료들은 그의 작업에 있어 가장 큰 재산이다.
천연염색 섬유공예가 한병우씨(43·천연염색 솔비 대표). 오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치자염색을 하던 어른들을 보며 천연염색에 대한 아련함이 있었다. 일반 회사를 다니며 취미로 해오던 천연염색을 직업으로 삼은 것은 10여년 전. 염색만 하던 초기에는 막연히 무형문화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었지만, 눈이 트이면서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공예작품을 문화상품으로 개발하게 됐다.
한씨가 세상에 처음 내놓은 문화상품은 조각러너. 2001년 당시만 해도 러너가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나 반응은 꽤 좋았다. 색감이 주는 편안함이 천연염색의 매력이라면, 일단 색감이 좋았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도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생활 속 부분적인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며 "조각보의 패턴을 디자인으로 들여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시도했다"고 떠올렸다.
"창작이란 게 처음은 기능이고, 이 과정이 반복되고 숙련돼야 비로소 나오는 거잖아요. 색을 읽는다고 할까요? 지금은 염료를 보면 여러가지 색을 느낄 수가 있어요. 어떤 염료와 어떤 염료를 섞으면 어떤 색이 나오겠다는 식으로, 요즘에는 나만의 색을 빼내려고 복합염색을 많이 합니다."
예술품은 주관적이어야 하지만, 실생활 공예품은 보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한씨. 고집 보다는 흐르는 트랜드를 받아들이고 색을 다양화 시키려고 노력한다. 시제품만 해도 10가지 이상 만들어 반응을 보고 수량을 결정한다.
"공예품도 산업화가 된다고는 하지만, 대량으로 나올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드는 건 상품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지역의 정서가 들어가야 하는 공예품이자 문화상품입니다."
전북에서 가장 많은 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그의 작품이 전체의 20%를 차지할 정도. "공예품 자체가 똑같은 게 전국적으로 퍼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한씨는 공예품전시관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일본 등 몇 곳에만 작품을 내놓는다. 지역작가로서 전북에서는 서울보다 30% 정도 저렴하게 판매한다.
그는 바느질을 제외한 전 과정을 직접 한다. 염료 구입과 손질부터 다림질해 포장하기까지, 공예품전시관에서 가끔 다림질하는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생산량때문에라도 주문은 늘 한달정도씩 밀려있다.
그가 즐겨 쓰는 염료는 12가지 정도. 양파, 밤껍질, 녹차, 숙, 홍화, 약재 등으로 러너, 스카프, 명함집, 문발, 조각보, 스카프, 넥타이 등 50여종의 품목을 선보였다. 같은 품목이라도 디자인, 색, 가격대가 달라 품명으로는 100여종에 달한다. 심하게는 계절별로도 변화를 시도하는 그는 "구입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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