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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과 사람] ①한지공예가 김혜미자씨

색과 빛의 우아한 어울림…'한지등' 으로 특별한 마음 전하세요

꼬깃꼬깃한 한지가 불빛과 만나면서 아름답고 은근한 멋을 자아낸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옛 것의 깊이가 묻어난 '한지등'.

 

한지공예가 김혜미자씨(67)가 격조가 있고 단아한 한지문화상품 만들기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가 한지문화상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년 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강의를 하면서부터다.

 

그전까지만 해도 상품화보다 개인 작품활동에 치중했다.

 

"옛날 상놈들이 양반들 밤길에 불을 밝혀주기 위해 켜는 '수족등'이란 게 있었어요. 수장고에 갔다가 우연히 그걸 보게 됐죠. 옻칠이 안돼 낡고 부스러지게 생겼더라요. 사라져가는 우리 것이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니, 상품화도 중요하구나 싶었습니다."

 

모던한 것도 좋지만, 전통에 뿌리를 두지 않으면, 그 깊이가 한계가 있다. 색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천연염색을 통해 다채로운 색감이 살아있는 한지공예품 만들기로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한지등' '반짇고리' 등 한번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손을 쉽게 놓질 않는다. 하루 10∼15시간을 꼬박 투자한다. 이달에도 벌써 세 작품을 완성했다. 다가오는 추석에 특별한 선물을 원하는 고객들 때문에 작업할 게 많아서다. 지난 6월엔 일본 관광객들이 직접 전주에 와서 '한지등'을 살피고, 만드는 법도 배워갔다.

 

"일본 잡지 「sukara」 에 전주 한지등이 소개돼 일본 관광객들이 잡지를 들고 여길 찾았어요. 한지등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현지 문화센터에서 한지에 관한 수업도 개설하고 싶다고 가르쳐줄 수 있느냐구요. 전주 '한지등'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것 같아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는 젊은 작가들과 오랜 기간 작업한 작가들의 몫은 다르다고 말한다. 소규모 다양한 상품을 감각있게 상품화하는 것이 젊은 작가들의 몫이라면, 자신은 전통을 담은 문화상품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또다른 차원의 고급문화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려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고운 색감의 한지공예품. 그의 손을 거쳐 더 우아한 문화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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