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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⑮ 수필가 김경희씨

"아름다운 것보다 참된 글로 제2의 인생"

다른 것은 다 평범해도 글 만큼은 남들과 다르게 써야한다고 말하는 수필가 김경희씨가 작업실에서 글을 쓰고 있다. ([email protected])

"나는 이름 앞에 관사도 없고 형용사도 없습니다. 다만, 문인(文人) 말고 꼭 문학인(文學人)이라고 써주세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거든요."

 

책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어진 책장 선반. 수필가 김경희씨(62)는 그 아래 앉은뱅이 탁자를 두고 수필을 쓰거나 시를 짓는다.

 

시는 혼자 끄적끄적하는 것. 1985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온 그는 "수필을 쓰면 수필로 죽어야지 시인 행색을 할 생각은 없다"며 단호히 말했다. 등단 전부터 직접 '가리방'에 철필로 글씨를 써 등사판에 대고 롤러로 밀어 몇 권의 책을 펴냈다. 1979년부터는 최승범 고하문예관 관장이 펴내는 「전북문학」에 글을 발표해 왔다. 그는 "웃고 찍은 사진은 등단했을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에서 넥타이를 매고 근무하는 게 죄스러운 때가 있었습니다. 독재에 항거하는 학생들이 매운 눈물을 흘리던 시절에도, 군인들이 정치하던 시절에도, 펜은 잡고 있었지만 역사를 제대로 다스려야 한다고 쓰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순창농림고등학교와 광주교육대학 부설 초등교원양성소를 수료하고 잠깐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 서울로 올라갔다. 하지만 곧 다시 전주로 내려와 서해방송 전주분실과 전주대에서 근무했다. 2004년에는 전주대 생명과학부 행정실장으로 정년퇴임하고, 2007년까지 신아출판사 상무로 재직하며 「수필과비평」 편집인과 「소년문학」 주간을 역임했다. 그는 "젊은 시절 서울서 인생이 한 번 꺾이고나니 사는 게 힘들었다"면서도 "서울서 허덕거리지 않고, 다시 전라도 문화 속에서 서늘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게 참 고맙다"고 했다.

 

"글을 쓰다보면 밥도 되지 않는 걸 한다고 가족들 숨죽이게 하는 게 미안합니다. 진작 문학에 사표를 낼까도 싶었지만, 그게 안되더군요. 다른 것은 다 평범해도 글만큼은 남들과 다르고 싶어요. 좋은 글을 쓰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정신은 가지고 가다가 쓰러져야 할 것 아닙니까."

 

삶이 고단하고 인연이 단출한 사람일 수록 사회감정에 쉽게 지치게 된다. 결코 단조롭지 않았던 삶. 글은 자연히 인간 본질에 대한 것들을 향하게 됐다.

 

담담하면서도 진중한 글쓰기는 아름다운 것보다 참된 것을 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에서 나온 것. 김씨는 "시가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이고 소설이 한강이나 낙동강 쯤이라면, 수필은 전주천 같다"고 했다. 그래서 더 맑아야 하고 사람과 더 가까워야 한다.

 

'나는 지금 뱀이라면 허물을 벗어야 하고 매미라면 탈바꿈을 해야 한다. 그리고 누에라면 마지막 잠을 자고 섶에 올라 고치를 지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과거로부터의 생활을 청산하고 오롯이 내 이름 석 자를 손에 쥐고 홀로 가는 사람으로서의 길에 비겁하거나 불안해 하지 말아야 한다.' (「내 생명의 무늬」(수필과비평사) '내 신념과 철학' 중에서)

 

쾌작 한 편 딱 부러지게 쓰지 못해 염치없다는 김씨. 그러나 고민하며 살아온 삶과 고민없이 지내온 삶과의 차이는 분명하다.

 

이미 수필집도 일곱권이나 냈고, 이제는 수필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 그는 수필 읽기와 쓰기 등 일종의 수필 개론서를 자신의 수필관을 담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현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전북위원회 감사와 양지노인대학 수필창작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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