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본보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당은 선거 때만 와서 지지를 호소할 게 아니라 평소에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한나라당 소장파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두언 의원이 4·9총선이 끝난뒤 광주지역 기자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는 "비례대표 선정도 호남지역의 현실과 괴리가 있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및 총선 등을 보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적으로 옳은 지적이다.
호남은 1988년 총선에서 평민당이 싹쓸이한 이후 특정 정치세력의 우산 아래 있었다. 지난 20여년의 선거결과는 이런 지역구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민자당이나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이 그동안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호남민심을 사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영남에선 오히려 지역감정을 즐긴 흔적도 있지 않은가. '초원 복국집 사건'이나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는 발언 등이 그 상징이다.
18대 총선때 비례대표 30% 호남 할당 공약도 지켜지지 않았다. 비례대표 의원이 22명이니 7석, 최소한 6석 정도는 호남에 할애하고 전북 몫으로 2명이 배려되는 게 마땅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익산 출신인 강성천(67) 한국노총부위원장이 전북 몫이라고 하지만 그는 노동계 몫이지 전북 몫이 아니다. 172석의 거대 집권여당에 전북을 대표할 의원이 단 한명도 없는 셈이다.
지금 전북은 청와대나 정부와 소통할 창구가 없다. 인재 역시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정현의원(한나라=비례대표)이 얼마전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와 여당 지도부에 호남정서를 신속하고 영향력 있게 전달한 사람이 없다"며 소통부재를 지적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런 판에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달초 대거 전북을 방문해 '구애작전'을 폈다. "새만금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 "도민이 원하는 새만금이 될 수 있도록 도민과 같은 마음으로 추진하겠다" "전북이 발전해야 우리나라가 선진화된다" "도민들한테 사랑받으려면 지역사업을 내 일처럼 도와야 한다"
전북의 입맛에 딱 맞는 환상적인 수사들이다. 새만금과 신성장동력사업 추진에 목말라 하는 전북도에겐 큰 힘이 될 다짐이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그동안 립서비스에 그친 약속들이 많기 때문에 이같은 화려한 언급을 두고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이제부터는 도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새만금· 식품클러스터· 혁신도시 등 현안사업과 인재등용· 예산 등에서 과거와는 다른 차별적 접근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선거때만 찾는 반짝방문이 아니라 평소에 자주 들러 현안을 듣고 정책에 반영해 나가는 진정성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전북에서 한나라당이 일하는 것은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하는 것처럼 힘들다고 푸념만 할게 아니다.
요즘 기업마케팅의 키워드는 고객감동이다. 감동할 때 구매욕이 살아나는 것처럼, 도민이 감동할 정도로 획기적· 파격적 애정을 보여준다면 도민도 한나라당에 감응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전북이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박희태 대표의 말을 기억해 두자.
/이경재(본보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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