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진(본보 논설위원)
요즘 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싼 정부 여당의 행태가 가관이다. 한쪽에서 북치면 다른 쪽에선 장구를 친다. 또 한쪽에서 꽹과리 치면 다른 쪽에선 징으로 화답한다. 척척 손발이 맞아 돌아간다. 어찌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 같기도 하다.
최근 몇가지 사례만 보자.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무력화시키는 개정법률안이 그렇고, 주한미군 반환공여지역 주변의 공장 신증설 업종 확대가 그렇다. 또 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방침,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지역발전특별법으로 고치려는 입법예고 역시 그러하다.
엊그제는 한나라당 대변인이 "수도권 규제 철폐야말로 돈 한푼 안들이면서 경제를 회복시키는 돌파구"라고 논평했다. 또 국토해양부장관은 "욕을 먹겠지만 수도권 총량제 등 불합리한 건 풀어줘야겠다"며 10월 중에 수도권 대책이 나올 것을 예고했다. 이에 앞서 최상철 균발위원장은 "대통령께서도 규제완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내게도 지시한 것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발언과 정책들은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규제완화'를 발표한지 두달만에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온 것이다. 지방은 완전히 뒷통수를 맞은 꼴이다.
이런 흐름에 불을 지핀 건 김문수 경기지사였다. 김 지사는 이 정부를 "배은망덕하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공산당도 못하는 것"이라고 포를 쏘아 올렸다. 그러자 오세훈 서울시장도 "나라가 먹고 살려면 규제완화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엄호사격에 나섰다.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4년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가 떠오른다. 이들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에 콧방귀를 꾸었다. 막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에선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고 그들중 하나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었다. 지금 지방은 그 업보를 고스란히 치르고 있지 않은가.
수도권 규제완화론자들은 대개 두가지를 이유로 든다. 하나는 수도권이 발전해야 지방도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장남에게 모든 것을 바쳐 대학 졸업시키고 잘 살게 해줬더니 동생들 것까지 뺏어가겠다는 심보에 다름 아니다. 이미 장남은 비만으로 헉헉거리고 동생들은 기아에 허덕이는데도 말이다.
또 하나는 규제로 발을 묶으면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는게 아니라 해외로 나간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45개 대기업이 22조원을 더 투자할 수 있고, 최근 5년간 6000여 업체가 경기도에서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들이댄다.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집적의 불이익만 커져 갈 것이다. 해외로 나간 기업도 한계기업이 상당수다. 그리고 수도권 규제완화의 근거로 대는 '경기 북부지역의 낙후'는 행정안전부의 제2낙후도 조사결과 허구임이 드러났다. 전국 231개 시군구중 하위 50위 안에는 경기 북부지역이 한 군데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제 지방에서 말로만 떠드는 단계를 넘어섰다. 엄중한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의 선택이 오늘이듯, 수도권 노래만 부르는 김문수·오세훈을 4년 또는 9년후 다시 선택할 것인가 자문해 봐야 한다. 반드시 그들을 기억해 두자. 여기에는 영남도 충청도 강원도 호남도 따로 없다.
/조상진(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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