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멀쩡하게 잘 다니던 학교를 박차고 나와 선택한 것은 튜바란 악기다.
무게만 15kg가 넘어 어지간한 덩치로는 감당하기가 힘들다.
키 190cm에 듬직한 체구만으로도 그는 이미 튜바를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
'소리 & 끼 페스티벌'에서 퓨전 국악 그룹 '아름드리' 리더로 참석한 김덕환씨(27·경희대)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꼭 하고 싶었어요. 작곡하면 될 텐데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다들 절 말렸죠. 국내서 클래식이 아닌 재즈에 튜바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미쳤다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하지만 그는 한번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 '해보기나 했어' 고(故) 정주영 회장의 말은 그가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다. 레슨을 받아야 하는데, 수강료가 부족할 때도 그는 꿋꿋했다. 공사장에서 2주일 아르바이트 해서, 2달치 레슨비를 마련했다고. 뭐든 하겠다고 맘 먹으면 목숨걸고 하는 그다.
튜바를 처음 만난 건 14년 전이다. 교회 밴드부에 들어갔다가 구석에 쳐박혀 찌그러져 있는 아주 오래된 '덩치'를 발견했다. 얼떨결에 맡아 그때부터 오랜 친구처럼 함께 지내왔다.
"작곡만 하다 보니까, 악기에 자꾸 미련이 생기더라구요. 건방진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튜바라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건반은 안 맞거든요. 손이 너무 크면 아무리 연습해도 테크닉이 안 나와요."
트럼펫은 차가운 소리인 반면, 튜바는 가슴을 울리는 따뜻한 소리다. 묵직한 낮은 소리로 편안하게 멜로디를 이끄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편곡을 잘 해야 저음인 튜바와 더블베이스의 음역이 살아난다. 이런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 때문에 지금껏 튜바가 재즈에 등장하기가 어려웠다.
다음달엔 '아름드리' 가 참여한 국악 퓨전 음반이 나온다. 그가 몸을 담고 있는 또다른 그룹 '뮤직 베어 퀄텟'을 통해 내년 2월경 튜바를 자연스럽게 소화한 재즈 음반도 나올 예정.
"건반을 두드리며 작곡을 공부했기 때문에 튜바곡도 제가 직접 쓸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전 튜바가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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