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성(본보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이유야 어찌됐든 행정은 민원이 피곤하다. 골칫거리다. 한편 그런 행정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한번만으로도 원망스러웠을 법도 한 임실 운암면 일대 주민들이 섬진강댐 재개발로 또다시 이주해야 할 형편에 처해 있다.
섬진강댐 재개발사업에 대해서 내가 관심을 갖는 것 중의 하나는 수몰예정지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다. 정부의 잘못으로 두 차례나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일각에선 댐 치수능력을 높이는 사업을 하면서 나오는 으레적인 민원일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235세대 해당주민들은 그와 같은 행정편의적 생각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 추진된 이 국책사업은 애초부터 '주민들을 우습게 알고 있다'는 인식이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의 운암면 면소재지로 정착하게 된 것만 해도 배수시설 없이 댐 건설을 추진하다 침수피해가 일어나자 당국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
사업시행자인 국토해양부는 댐이 만수위 보다 5m 낮게 운영해옴으로써 수자원 낭비가 많다고 보고 수위를 원래대로 높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다시 삶터를 옮겨야 한다. 수십년간 관리해온 폐천부지의 농토가 한꺼번에 물에 잠기게 되는 바람에, 대체농지가 없는 그들로서는 대부분 수입원을 함께 잃게 된다. 당시 측량을 잘못했거나 댐의 만수위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수가 주민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주민들의 항변에는 현실적인 이주보상과 생계대책 마련의 요구 외에도 여러 이유가 저변에 깔려 있다. 우선 이 사업이 2000년 정부에서 전남 광양권 상수도 확보를 위해 순창 적성댐 건설을 추진하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대신 추진한다는데 아픈 인식을 모아내고 있다.
어디 이뿐이랴. 용담댐 수몰민에 대한 보상과 이주단지 조성을 지켜보았던 주민들이 아닌가. 돌아보면 섬진강댐 축조때 세대당 7만5000원의 이주 보상금을 10년동안 8차례에 걸쳐 분할 지급 받았는가 하면, 집단이주단지마저 계화도 갯벌이라서 고향 언저리를 되찾을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그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옥정호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각종 규제에 묶인 생활고가 처참하다. 이 곳 물을 끌어다 쓰는 김제와 정읍의 이용부담금 미지급과 임실군정에 대한 지원미흡은 관련 자치단체간에도 논란을 빚고 있다.
40년전 내몰렸던 2천786세대 수몰민들도 이제는 지역의 피폐화와 상실감, 그리고 주민들의 피해의식이 행정의 문제와 직접 연결돼 있다고 웅변한다. 그래놓고도 누구하나 확실히 책임짓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댐 재개발은 용수확보나 홍수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관계자의 발언에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이주대책은 복합적 과정들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우리 당국의 대응방안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이다. 예각적인 대립구도를 이루거나 아니면 '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주민들을 성나게 하고 있다. 망향의 탑을 세우고 기반시설 확충도 중요하겠지만, 수몰민들의 고통을 끌어안고 보듬을 수 있는 해법을 가져야 한다.
/최동성(본보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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