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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전주세계소리축제] 정체성·성공적 운영 아쉽다

국악공연 호응 부족, 티켓판매 저조…공연장 배치·통역 등 문제점 드러나

'2008 전주세계소리축제'. 공연장 밖은 성공적이었지만, 공연장 안은 실패였다. 조직 역시 밖으로는 변화와 혁신을 꾀한 것처럼 보였지만, 안으로는 많은 갈등을 안고 있었다.

 

지난달 26일부터 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등에서 열린 소리축제는 야외공연과 무료공연을 늘리고 부대시설을 보강하면서 축제 분위기 조성과 관람객 유인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공연 수준이 고르지 못해 공연예술축제로서 그동안 노력해 온 것들에 반하는 점수를 받았다.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월드뮤직축제로서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졌지만, 축제 분위기가 살지않았다'는 지난해 평가하고는 상반된 결과.

 

올해는 티켓 판매나 홍보 등 전반적인 운영 면에서도 그동안 소리축제가 쌓아온 노하우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소리축제가 8회째를 맞으면서 장기적인 과제들도 제시됐다. 특히 소리전당을 벗어나면 축제 분위기를 느낄만한 요소들이 전무해 지역이 축제로 살아나지 못하는 데 따른 지역민들의 갈증은 컸다. 10회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축제와 지역과의 연계가 실패했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 외면 당한 전통음악 공연

 

올해는 조직위가 야심차게 내놓은 공연들에 관객들 호응이 적었다. 특히 소리축제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국악 공연들이 작품의 위상과 예술성에 상관없이 관객들로부터 외면 당했다.

 

르노삼성-소리상을 수상한 '천하명창전'은 소리축제 자체 기획 프로그램으로, 축제 안팎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유료 관객 숫자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왕조의 꿈-태평서곡'도 점유율 50%, 판매율 7%에 그쳤으며, 그동안 높은 객석점유율과 판매율을 보였던 '판소리 명창명가'도 예년에 비해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작품 완성도가 공연마다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부 공연이 연습량 부족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기초적인 문제들을 노출시키면서 작품 선정 과정과 제작 과정에서 소리축제와의 결합 정도 등이 짚어볼 문제로 떠올랐다.

 

소리축제 자체 기획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반복됐다. '판소리 다섯바탕'이나 '판소리 명창명가'가 대표 기획이기는 하지만, 10회 축제를 바라보며 새로운 도약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해를 거듭하면서 '판소리 다섯바탕'이나 '판소리 명창명가'의 출연진 연령이 젊어지고, '작고명창 열전'의 경우 품격을 떨어뜨리는 영상과 전시, 운영 등으로 의미를 퇴색시켜 기존 기획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됐다.

 

방송사와의 결합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조직위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만족도 높은 공연을 펼칠 수 있었지만, 일부 내용이 소리축제 성격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폐단을 낳았다. 특히 한 방송사에서 주도하다시피한 개막콘서트는 프로그램들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중성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야외공연에 대중가수들의 비중을 높이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적 시각도 강하게 일었다.

 

▲ 후퇴한 운영

 

올해도 운영상 문제점들은 여전했다. 오히려 예년보다 후퇴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특히 관객 숫자와 바로 연결되는 공연 및 공연장 배치 문제는 심각했다.

 

개막콘서트와 국내공연을 동시간대 배치해 놓아 관람객들을 분산시켜 개막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또한 전북대 삼성문화관에는 단 2개의 공연만을 배치해 놓아 축제 안에서 소외되는 인상을 줬다. 야외행사가 증가하면서 곳곳에 야외무대가 설치돼 공연에 대한 흡인력과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의 통역 문제는 심각했다. 통역 담당자 태도가 불성실하거나 공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국제 행사로서 전문 통역사를 기용하지 않은 데 따른 비난은 피해갈 수 없다.

 

또 개막 직전 홈티켓 운영이 취소되고 패키지 티켓 사용 방법이 복잡해 티켓 운용에 있어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소리축제 주 행사장인 소리전당이 전라북도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축제 조직위와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홍보는 효율성을 살리지 못했다. 서울지역 프로그램 설명회, 사회공헌 나눔 협약식, 찾아가는 홍보공연 등 의욕적으로 홍보 활동을 하긴 했지만, 홍보 시작 시점이 늦고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그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또한 공연이 늦게 확정되면서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도 부족했다. 프로그램 북 제작이 지연, 개막 하루 전에 발행되고 내용도 빈약해 공연 성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관객들의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 조직의 문제

 

축제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조직 안정이 필수. 그러나 올해 소리축제는 개막 전부터 내부적인 문제로 말이 많았다.

 

논란의 핵심은 감독 자리. 지난해 곽병창 전 총감독의 임기가 끝나면서 당시 부감독이었던 안영수 감독이 감독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공개모집을 하지 않고 '부감독'을 '총감독 직무대리'로, 다시 '감독'으로 승진시키면서 직제 변동에 대한 명확한 절차와 검증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소리축제가 '총감독' 대신 '감독'을 택한 것은 공연예술축제로서 예술성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강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감독의 역할 보완과 프로그래머 필요성에 대한 대안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자문단도 1년 단위 계약직인 데다 시기적으로 늦게 구성된 편이어서 역량 발휘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한 실무를 담당하는 조직위 사무국 직원들이 축제를 앞두고 갑작스레 사직하는 등 새로운 인력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업무 처리가 미숙하고 효율성도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사무국 내에서도 정보 공유나 의사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수평적이었던 조직을 공연부와 홍보부를 두 축으로 재편했다는 점은 긍정적 평가다.

 

조직위 인력들의 전문화와 근무 여건 개선 등도 소리축제가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도휘정·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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