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우리말이 분별없이 일본어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오비린대 김세중 교수는 7일 강원 강릉시 관동대학교에서 열린 『한국 속의 일본문화,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주제로 열린 한.일 4개 대학 심포지엄에서 '일본어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한국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효과(效果)→효오꽈, 간단(簡單)→간딴으로 발음하는 등 된소리(농음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우리말이 버젓이 있는데도 식구(食口)→가족(家族), 상오(上午)→오전(午前), 측간→변소(便所), 이문(利文)→이익(利益), 내외(內外)→부부(夫婦)라는 일본식으로 쓴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꽃다발(花束), 뒷맛(後味), 돈줄(金蔓)과 같이 일본말을 그대로 직역해서 쓰고, 관용구에서도 '새빨간 거짓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귀가 멀다'와 같이 일본식 표현도 많다고 주장했다.
고사성어도 일본식이 많아 공명정대(公明正大)→광명정대(光明正大), 의기양양(意氣揚揚)→득의양양(得意揚揚) 처럼 일본식을 점점 더 많이 쓰고 있고 아전인수(我田引水) , 대의명분(大義名分), 침소봉대(針小棒大), 진충보국(盡忠報國) 등도 일본식 사자성어라고 지적했다.
또 굴착기(掘鑿機)의 경우 일본말은 '착(鑿)'자와 음이 같고 획수가 적은 '삭(削)'자로 대체해서 쓰고 있는 데 우리는 그것도 무턱대고 흉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우리말은 일본말과 어순이 비슷해 받아 들이기 쉽게 돼 있지만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은 동사가 발달한 우리말이 명사가 발달하고 조사 '의(の)'를 많이 쓰는 일본말투로 바뀌어 가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는 줄여서 쓰면 편리했던 것과 글줄이나 쓴다는 이들이 '의'를 쓸데없이 많이쓴 탓으로 독서의 계절→독서하기 좋은 계절, 몸의 병→몸에 있는 병, 하늘의 별→하늘에 뜬 별, 불굴의 투쟁→굴하지 않는 투쟁, 철의 여인→강철같은 여인, 조용한 아침의 나라→아침이 조용한 나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걱정하는 말이 많다 등 조사 '의'의 범람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의'의 남발을 "겉에 붙은 살은 남의 살을 좀 가져다 붙일 수 있어도뼈와 골수까지도 남의 것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주시경 선생이 말글운동을 펼친 지 100년이 됐지만 아직도 일반 사람들이 보아서 그 말이 일본식이라고 느낄 수 없는 일본식 말들은 줄기는 커녕 점점더 많아지고 있다"며 "우리가 일본말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아도 되는 말과 문체까지일본식으로 따르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관동대 윤덕인 교수의 '한국과 일본의 병(餠)에 관한연구', 엄창섭 교수의 '한국과 일본의 정신문화 양상', 오비린대 마쓰모토 유코 교수의 '한일 연극 교류의 의의' 등에 대한 주제 발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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