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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지갑 見物生心 - 김승일

김승일(본보 객원논설위원·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필자는 택시와의 인연이 별로 좋지않다. 애주(愛酒)하는 편이라 비교적 자주 이용하는데도 말이다. 술 마시고 택시를 탔다가 이미 휴대폰 2개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 물론 되찾지 못했다. 꼭 일주일전 밤 8시쯤 이번에는 접는 지갑을 또 잃어 버렸다. 시내에서 집까지 기본요금 거리를 탔는데 지갑을 분실한 것이다. 모임에 참석했다가 2차까지 거치며 필름이 끊길 정도로 과음한게 탈이었다.

 

지갑속에는 주민등록증과 신용카드, 도서관 출입증등 요긴한 소지품들이 모두 들어 있었다. 또 있다. 필자에게 일생일대의 대박을 안겨줄지도 모를 로또복권 3장과 현금 16만원 정도가 더 있었다. 그런데 그 지갑이 일주일이 지난 오늘까지 내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주민등록증과 명함도 넣고 다니기 때문에 전화 한 통이면 돌려 받을수 있을텐데도 말이다.

 

곰곰 생각해 봤다. 그리고 주변 유경험자들의 얘기도 들어 봤더니 답이 나왔다. 지갑속에 든 현금이 분실자에게 되돌아 가는 길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 누군가 습득자의 야심에 족쇄를 채우고 만 것이다. 경찰지구대에 분실신고를 했더니 경찰관이 그랬다. "지갑 속에 현금이 들어 있었다면서요? 포기하세요. 되돌려 받기는 힘들겁니다."

 

아무리 살기가 팍팍하다지만 세상 인심이 이토록 야박할수가 없다. 그 지갑을 택시기사가 습득했건 아니면 내 뒤에 탄 다른 승객이 습득했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것만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현금은 챙겼으면 지갑을 돌려주는게 흑심(黑心)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위안은 될게 아닌가. 모르면 몰라도 그 지갑은 지금쯤 어느 휴지통속이나 쓰레기더미에 섞여 '양심불량의 세태를 나무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이런저런 상념에 잠긴지 일주일, 선(善)한 마음은 악(堊)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다는 순자(筍子)의 말까지 떠올리며 체념해보려 애썼지만 마음속에 부글부글 끓는 부아는 좀처럼 주체하기 어렵다.

 

지갑 잃어버린 책임을 전적으로 택시기사에 대한 원망으로 삭일 생각은 없다. 오직 자제력없이 과음한 필자의 실수를 자책할 뿐이다. 그러나 택시기사에 대한 서운함이 전혀 없을수는 없다. 승객들, 특히 취객에 대한 보다 세밀한 보실핌은 기사들의 도덕적 의무가 아닐까? 필자뿐 아니라 많은 택시승객들의 불만사항이 무엇인지 한번쯤 들어봤을테니 말이다.

 

런던의 택시기사는 엘리트 과정을 거쳐야 면허증을 준다. 뉴욕의 옐로우 택시나 도쿄의 MK택시 기사들의 친절함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그들은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로부터도 사랑과 신뢰를 받으며 최상의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돼 있다. 왜 우리라고 그런 수준의 택시문화를 누리지 못하는가. 인터넷 댓글 못지않은 택시기사들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하다.

 

김승일(본보 객원논설위원·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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