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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황영순 시집 '짧고도 긴 편지'

상처 보듬는 치유의 씨앗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다

그의 시는 뜨거우면서도 차갑다.

 

시적 열정은 뜨겁지만, 깊은 명상과 신앙적 기도를 통해 정갈하게 갈무리한 시엔 차가움이 있어서다.

 

뜨거운 그리움을 찾아가는 영혼의 불꽃이 차갑게 태워지는 여정이 담겨 있다.

 

황영순씨(59·사진)의 시집 「짧고도 긴 편지」 (연인 M&B).

 

'지구 안쪽 바람에 쓸리는 춘란 한 분 (…) / 불러도 응답 없이 詩 속으로 들어가 / 가부좌를 틀었다는데 / 몇 천 년의 긴 겨울밤을 지나온 자리 / 황홀한 춤으로 피었다.'

 

('꽃의 진실' 중에서)

 

사랑 없이는 한 줄의 시도 쓸 수가 없는 법. 미움과 불신으로 허허벌판이었던 그의 맘에 감기가 찾아들었다.

 

한 송이 꽃을 피워내기 위한 내밀한 아픔의 시간이었다.

 

'지난 한 십 년 그 이후로도' 변덕스런 자연의 훼방까지도 내치지 않고 고스란히 끌어앉았다. 시에 칩거하면서 간절함으로 신앞에 선 것.

 

"하느님께서 시련을 주실 때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주십니다. 고통이 특별한 은총이란 생각에 머물 때 두 무릎을 꿇고 겸손하게 고해성사를 할수 있었어요. 사랑의 마음으로 치유 못할 것은 없습니다."

 

이제 그의 시엔 심연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사랑과 꿈의 물줄기가 비상한다.

 

'모든 날들의 아침이 일어서고 있다 / 간혹 눈먼 세월이고도 싶은 / 또 꿈은 먼 곳에 있다 하여도 / 아침은 반짝이는 빛이며 길이다'

 

비록 '온 몸이 울음이지만' '음표'와 '느낌표'로 꿈꾸기의 페달을 밟는다.

 

버성기며 엇박자로 내놓은 시어의 모순 형용을 통해 긴장감을 주고 함축성을 담아낸 점도 그의 시세계의 중요한 금맥.

 

짧은 시가 주는 문학적 울림엔 한계가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는 차고 넘쳐 시집 제목도 「짧고도 긴 편지」가 됐다.

 

그는 다시 시 편편마다 혼을 담아 날개를 단다. '나의 詩여, 푸른 하늘로 저 벌판으로 날아가라'.

 

김제 출생인 황씨는 1984년 「월간문학」 으로 등단해 문학동인 '글벗' 회장, 전북여류문학회 회장등을 역임했다. 한국예총회장상(1986)과 전북여류문학상(1996), 임실문학상(2001)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한같이 그리움같이」「내가 너에게로 가는 이 길」 등 다수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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