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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모르는 문화이야기] (35)한국 작가는 왜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할까

우리말 섬세한 표현 외국어로 옮기는데 한계…한국문학 세계화 번역가 양성을

외국어로 번역돼 출간된 고은 시인의 작품집. ([email protected])

올해도 노벨문학상은 한국을 외면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그가 아무리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작가라고 해도 고은 시인이 몇 년째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쉬움은 크다.

 

영국의 유명한 도박 베팅업체인 래드브록스가 3년째 유력한 수상 후보로 고은 시인을 10명 안에 꼽았던 2005년 고은 시인은 전주 강연에서 "문학이 상을 염두에 두면 그 문학은 온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지만, 군산 출신인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 모두의 염원이다.

 

그런데 한국 작가는 왜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할까.

 

한국 뿐만 아니라 동양에서 노벨문학상을 받기란 사실 쉽지 않다. 1901년 제1회 노벨문학상이 제정된 이래 동양 작가로는 인도 라빈드라나드 타고르(1913),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와 오에 겐자부로(1994), 중국 극작가 가오싱젠(2000)만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권이 서구, 특히 유럽 중심으로 편중돼 있으며 선정에 있어서도 서구적 관점에서 판단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노벨문학상에 대해 비판적인 작가들은 "최근 들어 대륙간의 안배에 신경을 쓰는 것 같기는 하지만, 여전히 우월적인 입장에서 다른 나라 문학을 재단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가장 먼저 번역의 문제가 거론된다.

 

풍부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는 한글이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했을 때 문학적 감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섬세한 우리 문학의 말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자칫 무미건조해 질 수 있다. 특히 시의 경우는 산문문학 보다 비약과 함축이 심해 외국어로 번역될 때 정서적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

 

'번역이 원작보다 뛰어난 경우는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단순 번역이 아닌 재창작의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일본은 1900년대부터 자국의 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1945년부터 국가가 나서 문학작품의 번역을 지원해 왔다.

 

우리나라는 2001년에서야 한국문학번역원을 설립, 번역 출판 지원과 번역가 양성에 나서고 있다. 질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양적인 면에서도 외국에 번역돼 소개되는 우리문학의 양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본 가와바다 야스나리가 '설국'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때 이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동경대 영문과 교수가 노벨문학상을 타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전문번역가 양성이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노벨문학상은 생존 작가에게만 수여된다. 사후에 평가를 받더라도 수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고은 시인이 작고하기 전 노벨문학상 수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이 문학의 성과나 가치를 절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한국 작가가 지속적으로 언급된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문학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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