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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국회의원 할 사람 따로 있다 - 백성일

백성일(본보 수석논설위원)

통상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사람 판별하는 기준으로 삼는다.중국 당나라 시대부터 인재를 골라 쓸때마다 이를 기준으로 삼았다.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외모가 준수하고 말과 글로 소통을 잘하고 판단력이 좋은 사람이면 그만이었다.지금은 각 영역을 통합시킬 수 있는 창조적 네트워크형 인재를 으뜸으로 꼽는다.이같은 점에서 꼭 서울에서만 활동해야 인재가 되는 건 아니다.고시 합격해 장 차관까지 지냈거나 고위직에 있다가 퇴직하면 대학이나 기업 그리고 연구소 등지에서 명예직 일을 한다.사실 할일이 많을 것 같지만 조건이 맞질 않아 쉬는 경우가 많다.그나마 정치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고개를 고향으로 돌린다.수구초심(首丘初心)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고향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고향을 찾는다.잘 나갈 때는 고향 한번 찾질 않고 서울에서 고향 사람 찾아오면 귀찮게 여겼던 사람 말이다.그런 사람들이 국회의원 하겠다는 말이다.

 

그건 욕심이다.그간 우리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의 기준을 잘못 설정한 탓이 크다.돈 많거나 일류대학 나와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을 출세한 사람으로 꼽았기 때문이다.서울공화국에서 이름 날린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봐줬기 때문이다.지방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사람은 상대적으로 쳐주질 않았다.중앙집권적 통치 행태가 빚어낸 산물로 마치 서울은 상위, 지방은 하위라는 개념이 통했기 때문이다.사대주의적 사고가 만들어낸 병리현상이다.자연히 출세한 사람이면 그가 놀던 방죽에서 끝장을 보는게 나을성 싶다.정치도 중앙 무대에서 하라는 것이다.속좁게 고향 생각한다면서 지방에 내려와 정치하겠다면 누가 쉽게 받아 줄 수 있겠는가.

 

상당수 이름난 사람들이 그간 고향을 등져왔다.고위직을 지낸 사람도 본적을 서울로 옮겨 놓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과거 경상도 정권하에서는 고향 얘기도 안하던 사람이 DJ와 노무현정권 때는 전북이 고향이라며 목청을 키웠던 사람도 많았다.필요에 따라 고향을 팔아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자신의 이익 때문에 전북을 고향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 둘 아니었다.물론 이해 못할바 아니다.그러나 이해 관계가 있을 때마다 왔다갔다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누릴 것 다 누리고 마지막으로 국회의원이나 한번 하겠다는 사람은 지역에 필요 없다.지역에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런 사람들한테 국회의원 자리를 맡길 필요는 없다.굽은 소나무 선산 지킨다는 말처럼 지금부터는 고향 사람들과 고락을 해온 사람이 더 중요하다.어렵고 힘들때마다 지역을 위해 앞장서온 사람이 더 중요하다.전주는 자칫 내년 4월에 두명의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보궐선거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자· 타천으로 거명된 사람들은 인물 기준에 맞질 않는다.전주사람들도 사람 보는 눈을 달리해야 한다.잘난 사람은 중앙 무대에서 커 갈 수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을 키워야 한다.한물간 사람까지 챙겨줄 여력이 없다.흘러간 물로 다시 물레방아를 돌려 보겠다는 발상 밖에 안된다.민주당도 무작정 지역정서만 믿고 공천할 일이 아니다.지방화는 지역 사람 키우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백성일(본보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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