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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명박 정부는 지방을 포기했나 - 조상진

조상진(본보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에는 3가지가 없다고 한다. 지방과 서민과 통일이 그것이다. 그 자리를 수도권과 재벌과 미국이 꿰어찼다. 집권이후 이명박 정부는 서민과 중산층 보다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왔다. 대표적인 게 각종 인사와 종합부동산세 폐지다. 또한 대북·통일 정책에 있어, 미국과 동맹 강화를 앞세워 대북 교류의 문을 닫아 버렸다. '비핵·개방 3000'이 발단이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지방을 포기하는 공식선언을 했다. 지난 달 30일 발표한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에 그것이 담겨 있다. 그동안 지방의 눈치를 보는듯 하더니 아예 본색을 드러냈다. '수도권 규제'라는 빗장을 풀어버린 것이다. 정부가 지난 7월 말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완화'를 발표했으니 불과 3개월만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틈타 슬그머니 공장총량제 등 규제를 전면 무력화시켜 버린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수도권 산업단지내에서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및 이전이 자유로워졌다. 산업단지 밖에서도 첨단업종 공장의 증설이 쉬워졌다. 이명박 정부에 '지방이 없음'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지방으로 향하던 기업이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굳이 떠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산업과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진 수도권을 두고 어느 바보가 여건이 열악한 지방에 둥지를 틀 것인가.

 

이와 관련 지역균형발전협의체(비수도권 13개 시도 지사와 지역대표 국회의원 모임)에서 의뢰 연구한 '공장입지 규제에 따른 비수도권 파급영향 분석'은 등골을 서늘케 한다. 수도권 25개 업종의 입지규제를 철폐하면 비수도권 성장률이 50% 낮아져 2011년 종사자 8만 5570명, 생산액 88조, 부가가치 35조 원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그동안 대기업과 경기도 등이 앞다퉈 합창한 레파토리다. 일부 지역의 경우 타당한 측면도 없지 않다. 또 단기적으로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같은 거의 전면적 완화는 곤란하다. 중장기적으로 수도권 과밀과 집중으로 '집적의 불이익'만 커져 갈 것이다.(9월 29일자 본란, 김문수·오세훈을 기억하자) 지금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서울과 경기, 인천에 전 인구의 49%인 2500만 명이 복닥거린다. 반면 지방은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이 아닌 공멸의 고속도로를 탄 셈이다.

 

이를 두고 박성효 대전시장은 "이 나라가 수도민국이냐"고 일갈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또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지방은 수도권의 내부식민지"라고 정의했다. 오죽했으면 1970년대 남미(南美)의 종속이론을 빌어 식민지론을 펼 것인가.

 

그러나 문제는 이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중앙정부, 수도권 3개 자치단체가 밀어부치는데 이를 제어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와 비수도권 시민단체들은 대규모 상경집회와 서명운동, 입법저지운동 등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 야당도 가세할 태세다.

 

문제는 또 있다. 적전 분열이다. 일부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정부의 당근을 기대해서인지 주춤하는 모양새다. 똘똘 뭉친 단합과 정교한 논리, 물리력 등 3위일체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조상진(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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