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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스토리를 쌓아서 히스토리 만들자 - 정성환

정성환(전북대 교수)

▲ 儉而不陋, 華而不侈(검이불루, 화이불치)

 

'천년'이라는 말이 우리지역만큼 흔히 쓰이는 지역도 많지 않을 것이다. 모임의 이름에도 흔히 쓰일 정도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그 천년이라는 실체가 가시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 천년은 개념상으로 역사 속에 그리고 문화 속에 고고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 그렇게 오랜 전통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지역에 산다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기는 한데, 그런데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타인의 시각으로 우리의 것을 평가한 말 '검이불루, 화이불치 -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그런 의미에서 곰곰이 새겨 볼만한 것이다. 천여 년 전 요새로 치자면 지식인이자 역사학자였던 김부식이 삼국사기에 백제 문화의 컨셉트를 표현한 말이다. 그냥 천년의 역사가 어떻고 전통이 어떻고 하는 말보다 너무나 정확하게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러면 그 다음은 또 무엇이 어떻게 되어야 할까.

 

▲ 네오 재패니스크(Neo-Japanesque) - 품질'에서 '품격'으로

 

우리의 천년, 즉 문화를 일본인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어떻게든 활용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역시 일본사람들은 영악하다. 자포니즘(Japonism)'으로 불리던 일본풍(風)은 프랑스·영국을 중심으로 30여 년간 이어지면서 인상파 등 유럽의 미술계·작가들에 큰 영향을 미치며 유럽을 움직였듯이, 문화적 매력으로 21세기 경쟁력의 우위에 서겠다는 일본 정부의 거대한 야심이 담긴 신일본양식'- 네오 재패니스크(Neo-Ja panesque), 혹은 재패니스크 모던(Japanesque modern)을 2005년 7월 발표했다. 주식회사 일본'을 이끄는 경제산업성이 작전본부이다.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신일본양식(新日本樣式)의 확립에 대하여'라는 보고서는 "부가가치의 평가 기준이 '가격에서 질(質)로의 시대'를 거쳐 '질에서 품위(品位)로의 시대'로 이행했다. (중략) 경제는 물론, 일본의 문화·감성·마음 등 일본 고유의 자산을 토대로 종합적인 일본의 우수함, 즉 일본 브랜드의 가치를 향상시켜 세계에 발신하는 일이 긴요해졌다."며 품위·품격'이라는 문화적 패러다임을 주창한 점으로 글로벌 경제전쟁의 핵심 경쟁력이 '품격(품위)'으로 바뀌었다고 선언하고 제품의 격(格)으로 경쟁하자는 새로운 산업 전략을 제시했다. 일본 경제가 가격·품질 경쟁을 지나 문화적 가치 경쟁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린 시발점이었다.

 

일본 기업의 전통적인 특기는 고품질 전략이 중국·한국 등에 대해 품질과 기능의 우위만으로는 차별화하기가 곤란해졌고 일본 경제로서는 중국·한국이 따라오지 못할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源泉)이 필요해졌으며 그것이 바로 품격이다. 품격이란 기존 경제학의 영역에선 존재하지 않던 개념으로 문화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품격의 패러다임을 산업 현장으로 끌어오자고 경제산업성이 화두를 던진 것으로 일본은 '21세기판(版) 자포니즘'의 영광을 꿈꾸고 있다.(-중앙일보 참조)- "혹시 양이 넘치면 이 부분을 삭제해 주세요."

 

▲ 우리의 스토리를 만들자.

 

우리의 천년은 어떠한 가치로 되살려야 할까. 검이불루, 화이불치는 어떠한 가치로 되살려야 할까. 그것이 비록 모방이라 하더라도 방도는 찾아야 할 때일 것 같다. 너무 오랜 동안 흔들어 깨우지 않았던 것들을. 그의 한 대안으로 나는 점잖은 천년보다는 살아있는 발랄한 문회로, 디자인으로 재해석되고 활용되어야 함과 어떤 형식으로든 가시화되고 선언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것이 영화 서편제의 대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꼭 밥이 나오고 술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기는 하지만 문화는 밥이 되고 술이 될 수도 있고 재미있고 변화무쌍함을 그리고 그것은 스토리라는 것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우리시대에 재해석된, 많은 스토리가 덧대어져서 새로운 히스토리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천년의 비상은 가능해지지 않을까.

 

/정성환(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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