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국화축제가 시설사용료를 징수하면서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행정과 정면 충돌,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시키며 흔들리고 있다.
국화축제를 둘러싼 논란은 축제가 열리는 장소, 바로 '장소성'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정온천지구를 복합시니어타운으로 개발하기 위해 사업시행자까지 선정한 고창군과 같은 장소에서 국화축제를 여는 고창국화축제위원회(위원장 정원환)가 맞붙은 까닭이다.
정원환 위원장은 십수년간 방치됐던 석정온천지구에 국화를 심고 관광객 수십만명을 불러들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30만평 국화밭의 부가가치는 함평나비축제를 넘어선다는 것이 정위원장의 분석이다.
일견 맞는 대목일 수 있다. 하지만 축제위는 축제장소를 석정온천으로 못박으며 행정과 반목하는 사이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왜 고창에서 국화축제를 여나'하는 정체성 문제다. 다름아닌, 고창이 낳은 미당 서정주 시인과 그의 시 '국화옆에서'가 있다는 점이 국화축제 개최의 당위성을 높여준다.
축제위도 미당이 있어 고창국화축제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천명할 정도로 이점을 주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질마재를 떠나 석정온천지구에 자리잡은 국화축제에서는 미당을 찾아볼 수가 없다. 또 축제기간 질마재에서 열리는 미당문학제에서도 국화꽃향을 맡을 수 조차 없다. 장소성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국화축제가 그 장소성으로 인해 정체성 논란에 함몰되고 만 셈이다.
축제위는 30만평 국화밭이라는 껍데기보다 미당이라는 알맹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미당이 태어나고 잠든 질마재가 국화축제의 장소성이자 정체성이다. 미당이 없는 국화축제는 알곡이 아닌 쭉정이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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