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 자그마치 12만점이나 되는 '누님같이 생긴 꽃'들이 한데 피었다.
이 누님들을 5년째 지극정성으로 모신 이가 있다. 김병현 익산시농업기술센터 연구원(37)이 바로 그다. 국화와 함께 하다 정이 들어 이젠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마누라' 같은 존재라고.
부모가 농사를 지었고, 자신도 자연스럽게 그와 연관된 일을 할 거라 여겼던 그가 두드린 곳은 익산시농업기술센터. 발을 들이자마자 센터에서 운영되던 국화전시회가 그에게 넘어왔다.
그때부터 그의 손끝에서 국화의 단장이 시작됐다.
"국화 잎만 봐도 어떤 상태인지 금세 알아요. 꼭 부부 같죠. 말을 건네지 않아도 서로의 맘속을 다 들여다 보는 것 같아요."
'국화박사'는 아니었지만, 국화와의 연을 한번도 놓은 적은 없다. 덕분에 5년 전부터 훨씬 바빠졌다.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에서 수십만점의 국화를 관리해야 했기 때문. 식구들이 많으면 모두에게 똑같은 애정을 쏟을 순 없다. 하지만 '생채기' 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그의 몫.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8년 전 국화에 맛있는 것을 주겠다는 욕심에 야산에 있는 흙이 좋다고 해서 고생고생하며 가져왔다. 하지만 웬 걸. 얼마 지나지 않아 국화가 더이상 자라지 않고 시들시들 앓았다.
수소문해보니 산에 밤나무가 많아 주인이 제초제를 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몇날 며칠을 속상해 했다.
국화 종류는 수백 수천가지다. 크기에 따라 대국·중국·소국으로, 색깔로도 나눈다. 하지만 향기만큼은 꽃 크기에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소국일수록 은은한 잔향이 오래간다는 뜻.
그가 이번 축제에 공을 들인 것은 국화로 만든 풍차다. 3일 꼬박 이것만 매달렸다.
풍차모양의 적당한 틀거리에 화분을 꽂은 후 부분 부분에 다채로운 색깔의 국화를 심었다. 날개엔 노란국화, 기둥과 날개깃 옆쪽엔 빨간색과 분홍색 국화로 꾸며졌다. 덕분에 풍차는 축제 현장에서 인기있는
사진 촬영지가 됐다.
그는 물만 주면 국화가 잘 자랄 거라는 생각은 바꿔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질소분이 포함된 영양분도 주기적으로 줘야 하고, 비닐하우스에서 따뜻하고 다습한 상태로 재배되기 때문에 진딧물 응애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또한 여름철 기온이 지나치게 높게 올라가면 햇볕을 가려주거나 통풍시켜 30도로 맞춰주는 '바지런함'도 필요하다. 이렇게 애지중지한 국화들을 옮기려면 인근 군부대 병력이 동원돼 3일동안 꼬박 고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올해 그가 모신 '누님'들은 12만점. 지난해엔 꽃이 잘 안피어 축제기간을 연장하기도 했지만, 올해는 꽃이 흐드러지게 핀 대신 추위가 빨리 찾았다.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도 울고, 천둥도 먹구름속에서 울었다고 하잖아요(웃음). 이렇게 접을 때쯤 되면 괜히 그립고 아쉽고 그렇습니다. 국화의 매력을 알게 돼 직접 가꾸려는 사람들이 늘게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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