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골서 한국 현대문학 100주년 기념 '한국문학 융성 세미나'
한문소설의 효시 「만복사 저포기」가 창작성과 표현력 등에 있어 문학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는 등 인간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과 15일 남원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국 현대문학 100주년 기념 '한국문학 융성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남원을 배경으로 한 김시습의 「만복사 저포기」에 대한 조명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이사장 김년균)가 주최하고 전북문협(회장 진동규)과 한국현대문학100주년기념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안한수)가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김시습의 후손으로 「만복사 저포기」 연구를 위해 현재 남원에 체류 중인 아나톨리 김이 직접 '「만복사 저포기」의 문학 변경에 서서'를 발제해 주목을 모았다.
그는 「만복사 저포기」에 대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구성과 부처님께 불성이 아닌, 속된 놀이로 접근해 부처와 인간이 동위 신분임을 설정하는 등 스토리의 기상천외한 괴기성과 기발함은 창작성의 특질을 보여주며 인간의 존엄성을 높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권선징악이라는 구소설 테마류에서 과감히 벗어나 연애지상주의를 표방하면서도 통속적이지 않고 미려한 문장으로 표현해 문학적 감동을 준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서양소설 풍이 도래하지 않은 사회에 최초로 한국의 소설문학의 형태를 완전히 갖춰 설계했다는 것은 매우 경이롭다"며 "국문학사적으로 매우 높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만큼 만복사지를 발굴해 유적지로서 가치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나톨리 김은 고려인 3세로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대표작가. 그는 "어느 우연한 시기에 내가 조선인의 눈과 조선인의 가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러시아 작품들을 대하며 이질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러시아인들이 내 작품들의 정서나 풍토면에서 이질감에 봉착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시절 나는 나도 모르게 독특한 형식의 시를 쓰곤 했는데, 나중에 보니 한국에서 오래 전에 쓰여지던 시의 형식을 닮아있었다"며 "현재 러시아 평단에서 내 소설들이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형식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적 정서와 혼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나톨리 김은 "나는 푸시킨을 닮은 글을 쓰고 싶었지만, 내 펜 끝에서는 김시습 닮은 글이 나왔다"고 했다.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기점으로 100주년을 맞은 한국 현대문학을 기념하는 이번 세미나는 「만복사저포기」 뿐만 아니라 고전소설 「춘향전」 「흥부전」 「변강쇠전」의 발상지인 남원에서 열려 더욱 의미가 있었다. 문학평론가 이보영씨는 '「춘향전」의 역사적 의미-완판본의 경우'를 발표했으며, 황금찬 시인은 '한국 현대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건강상 이유로 불참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완주 전북도지사와 최중근 남원시장, 신국중 전북교육위원회 위원, 김남곤 전북일보 사장, 김학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최승범 고하문예관 관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300여명의 문인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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