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지조·청념 유교교육 상징…암수 따로·열매하나에 씨 하나·벌레 안 끓어
전주향교에는 유독 은행나무가 많다. 대부분 수령이 400∼500년 이상된 보호수들. 두 팔을 벌려 안아도 나무 둥치를 다 감을 수 없을 만큼 아름드리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갈 무렵 전주향교 풍경은 늦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는 이유는 은행나무가 유교교육의 상징인 행단(杏亶)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가 고향 중국 산동성 곡부현에서 큰 은행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제자들을 가르쳤던 것에 착안해 전국적으로 향교에는 주로 은행나무를 심는다.
후대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한 것이겠지만, 향교 등 유교 교육기관에 특히 은행나무가 많은 이유는 또 있다.
우선 은행나무는 암수가 따로 있다. 은행나무가 유교적인 음양오행의 도를 알고 있다는 풀이. 남녀를 엄격히 구분했던 유교의 영향으로 나무를 심을 때에도 암나무와 수나무를 분리해 심었다. 전주향교에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수나무가, 오른쪽으로 암나무가 심어져 있다. 눈으로 언뜻 보기에도 수나무는 거칠고 암나무는 상대적으로 곱다.
열매 하나에 씨 하나인 것도 은행나무의 특징. 유교에서는 씨가 여러개로 나뉘어 있지 않은 것을 '충성'과 '지조'의 상징으로 봤다.
은행나무 자체가 너무 독해 벌레가 없는 것도 중요하다. 유교는 현실적인 학문이라 이를 통해 관리로 나아가게 되는데, 은행나무에 빗대어 출세했을 때에도 벌레가 끓는 탐관오리가 되지 말라는 의미를 담았다.
전주향교에는 '삼강오륜목(三綱五倫木)'이란 이름을 가진 소나무도 있다. 대성전(大成殿) 앞에 있는 '삼강오륜목'은 실천적 유학의 사고가 담긴 것. 삼강목(三綱木)은 세 갈래로, 오륜목(五倫木)은 다섯 갈래로 가지가 자란다.
향교(鄕校)는 고려와 조선시대 지방에서 유학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한 관학교육기관이다. 향교는 제사공간인 배향공간과 교육관인 강학공간으로 나뉘는데, 이 공간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향교 건물 배치가 크게 둘로 구분된다.
향교가 자리잡은 대지가 평지인 경우 전면에 배향공간을 두고 후면에 강학공간을 두는 '전묘후학(前廟後學)' 배치를 하며, 대지가 경사진 터인 경우 높은 쪽인 뒤쪽에 배향공간을 두고 전면 낮은 터에는 강학공간을 두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배치를 했다. 전주향교의 경우 '전묘후학'이며, 부안이나 고창향교는 대성전이 더 뒤에 있는 '전학후묘' 배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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