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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포럼 '디지털시대 문화다양성' 조명

'성장동력으로서의 문화' 분과토론…정병국 의원 "문화다양성 가치 지켜져야"

17-18일 프랑스 아비뇽에서는 '문화, 미디어, 경제'를 주제로 한 이색 포럼이 열렸다.

 

세계 각국의 문화, 미디어, 경제분야 전문가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포럼에서는 '성장 동력으로서의 문화'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디지털시대의 문화다양성 = 문화에 투자함으로써 경제적인 부(富)를 얻을 수 있는 방안,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문화다양성을 증진하는 방안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된 자리였다.

 

한 나라의 유적지가 외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끌어들임으로써 국부 창출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도 논의의 대상에 포함됐다.

 

수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지, 요르단의 페트라,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 멕시코 유카타 반도의 피라미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도.

 

디지털 시대의 문화다양성과 문화산업도 이번 포럼의 핵심 의제로 꼽혔다. 모든 가정에 인터넷이 보급돼 있는 디지털 시대의 세계화가 문화의 획일화를 가속화하는지, 아니면 문화다양성을 촉진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세계화와 문화다양성, 경제 위기에서의 문화, 문화·공공행정과 시장, 문화상품의 경제학, 성장동력으로서의 창조력 등을 주제로 한 분과별 토론이 그런 시도의 일환이었다.

 

각 국별로 문화산업의 발전 속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단번에 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공공 부문을 비롯해 경제계, 미디어계, 문화계 전문가들이 문화에 '성장동력'의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당장의 성과와는 상관없이 그 의미가 각별한 것으로 평가됐다.

 

포럼에는 크리스틴 알바넬 프랑스 문화장관을 비롯해 댄 글릭먼 미국영화협회 회장, 브라질 작가 파올로 코엘료, 파스칼 로가르 프랑스 문화다양성연대 의장 등 각 국의 문화, 경제, 미디어 전문가 등이 대거 참석했다.

 

◆문화다양성 위협하는 자유무역협정과 정보통신기술 = 이번 포럼에 공식 초청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정병국(한나라당) 의원은 17일 '문화정책을 위협하는 자유무역협정'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문화다양성을 위협하는 자유무역협정 △문화다양성의 새로운 위협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등을 설명하고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강조했다.

 

스크린쿼터(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의 정착과 더불어 질적·양적 성장을 통해 르네상스를 구가했던 한국영화가 투자위축, 제작감소, 점유율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선결조항으로 스크린쿼터가 축소된 결과로 지적됐다.

 

정 의원은 "미국의 집요한 압력으로 한국정부는 한미 FTA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를 결정, 2006년 7월1일부터 40%에서 20%로 축소시행되고 있다"면서 "이로써 미국영화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한국영화는 급속한 시장점유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융합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촉진시키고 있는 IPTV(인터넷TV) 도입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문화다양성 증진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문화획일화를 가속화하는 부정적인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됐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문화환경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국제적 합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화다양성 협약이란 =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협약'(문화다양성 협약)은 지난 2005년 10월 유네스코 제33차 총회에서 154개 참가국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이 반대하고 4개국이 기권한 가운데 채택된 것이다.

 

이후 발효요건인 30개국 이상의 비준이 이뤄짐에 따라 2007년 3월 공식 발효됐으며 현재 93개국이 비준을 마쳤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국회 비준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정책을 위협하는 무역협정과 문화 획일주의를 막기 위해 모색된 이 문화다양성 협약은 다양한 약소 문화를 국제법 차원에서 보호할 수 있는 국제적인 근거로 평가되고 있다.

 

문화가 일반 상품에 대해 갖고 있는 차별성과 각 국의 문화정책 주권,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 협력의 강화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데서도 그 목적이 읽힌다.

 

"문화는 교역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임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양기환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처장도 이번 포럼에 초청돼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처장은 "많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문화다양성에 대해 부(富)를 창출하기는 커녕 끝없이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밑빠진 독'으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다"면서 인식전환의 시급성도 주장했다.

 

이번 포럼은 앞서 프랑스정부가 EU(유럽연합) 순회의장국을 맡는 기간에 문화다양성에 관한 토론회를 열기로 결정한데 따라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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