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효용성' 담론 부활하는 시간됐으면…
"시나 소설을 못 쓰니까요."
평론을 하게 된 연유에 대해 묻자 임명진 전북대 교수(56)가 답했다.
"대학시절, 원래 작가지망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잘 안되더군요. 공부하다 보니 비평문도 자주 접하게 되고 대학원 박사과정부터 평론을 하게 됐습니다."
1985년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하게 됐다. 작품이 좋다 나쁘다, 호불호에 대한 평가 보다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평론을 하면서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작가나 작품의 눈치도 별로 보지 않는다.
안식년으로 오랜만의 찾아온 휴가를 그는 평론집을 묶는 데 썼다. 두번째 평론집 「탈경계의 문학과 비평」(태학사). 지난 10여년의 문학현상을 짚어보는 문학비평들이 주를 이룬 이 책에 대해 임교수는 자신의 부족함으로 이 시대 문학의 다양한 모습을 모두 드러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평문들 속에는 현 시대 문학의 이런 저런 생채기들이 드러나 있다.
"평론가들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의 세계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문학이 평론을 통해 일반 독자, 그리고 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고리 역할도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요."
'1부:문학공간과 경계'는 이 시대 문학에 나타난 공간 확산, 탈경계, 대중화 등의 문제를 통해 지금 우리 문학이 지니고 있는 여러 현상의 일단을 강조하고자 했다. '2부:문학과 신자유주의'는 작가·작품론에 해당하는 평문들로, 실천비평적 요소가 강하다. 그는 "신자유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무차별의 폭격 속에서도 문학의 생명줄은 온존한 채로 아직 우리 앞에 살아있다"고 말했다. '제3부:메타비평의 양상들'은 평론가·작가들의 비평문을 대상으로 한 메타비평에 해당하는 글들. 책 앞부분에 실린 글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비평의 자기점검도 유의미하다는 생각에 끼워넣었다.
"1990년대 들어 우리 평단에서 '문학의 위기' 담론이 본격화됐습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그 담론의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그런 용어 자체가 식상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문학위기론이 회자된다는 것은 적어도 문학의 보편적 효능이나 사회적 기능은 일정정도 인정된다는 뜻일 텐데, 이제 그것이 입줄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문학의 낭만성을 이야기하기에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각박하다. 또 문학의 효용성과 우리 현실의 효용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임교수는 "과거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문학론 안에서 거론되고, 나아가 그 안에서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시도를 하는 일마저도 잊혀져 가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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