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우(최명희 문학관 기획실장)
호흡이 좋은 시를 쓰고 맥이 탄탄한 소설을 써도, 현실이 마음을 아프게 하던 시대가 있었다. 사명감으로 글을 쓰기도 했던 그 때…. "민족정서를 회복하고 문학의 사회적 실천을 통해 사회구조의 모순을 해결해 나가자"며, 동인을 결성한 김용택, 박남준, 박두규, 박배엽, 백학기, 서소로(서권), 서홍관, 이병천, 정인섭, 최동현. 이들 '남민시'(南民詩) 동인들은 1980년대 중반 전북 문학운동사에 신선한 충격을 준 젊은 시인들이다. 당시 동암고 교사였던 최동현은 "설흔이 넘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우리는/갈라진 조국에서/ <참회록> 을 가르친다"(「五月에」 중)며 시구를 토혈(吐血)했고, 강원도에서 군복무 중이던 서권은 '서소로'를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전북종합문화지를 내세운 동명의 잡지 「남민」에 글을 발표하던 정렬, 이광웅, 문병학 시인 등도 이들과 바람이 같았던 이 땅 민족문학의 역사다. 참회록>
1988년 6월 "진정한 민족 민중문학"을 표방하고 한데 뭉친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는 '남민시' 동인 등 당시 30대 젊은 문학인들이 주축이 되어 발족, 원로와 중견 시인·작가들까지 참여의 폭을 넓히면서 전북문학의 새로운 가능성과 기대를 안겨주었다. 특히 "참다운 민족문학이란 수천 년의 역사 안에서 줄기찬 생명을 이어 오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 민족공동체의 건강한 생활을 올바르게 반영한다"는 창립선언문의 확고한 인식은 민족주체성 회복의 목소리가 드높았던 시대적 요청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20년…. 그 사이 이들은 1997년 협의체적인 구조를 '전북작가회의'라는 회의체로 바꿔, 보다 강력하고 힘 있는 문인들의 모임으로 전환, 맥을 잇고 있다.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의 창립부터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 전북작가회의의 발걸음을 담아내는 일은 전북 문학의 역사를 엮어내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동안 전북작가회의는 민족문학이 지향하는 올바른 역사의식과 문학의 건강한 사회적 역할들을 천명해왔다. 전북의 문화를 발굴하고 그 현황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며, 이를 통해 전북지역에 민족예술활동을 확산시키는 구심체 역할을 했으며, 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기관지의 제호 '작가의 눈'은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두 눈을 밝히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회원들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지역의 정서와 삶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문학의 깊이를 유지하면서 대중들로 그 폭을 넓히는 일이었다. 민족과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이 지극한 고민들은 전북문학의 찬란한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오늘 전북작가회의가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녹록치 않았을 전북작가회의의 20년 역사를 축하하며, 또한 자축한다.
/최기우(최명희 문학관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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