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4월 결성 97년 법인화 뒤 '고교백일장' '시인학교' 등 활동 활발
인간만이 인간을 구할 수 있고, 인간만이 인간에게 다가설 수 있으며, 인간만이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는 그 단순 명료한 진리에 '희망'을 걸었던 시절이 있었다.
격변기 현실로 청년들의 헛헛한 가슴을 달래줄 문학적 동인이 필요했던 1980년대.
'남민시 동인'의 발족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 친구나 선후배 사이로 얽히고, 술자리에서 만난 젊은 문학청년 최동현 이병천 고 박배엽 백학기 박남준씨가 문학의 새로운 에너지를 회복하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해 '남민시 동인'이 창립됐다. 정양 선생의 부추김도 있었지만, 일종의 소명의식으로 제작비도 없는 상황에서 동인지 「빈 들에 쓰러져 우는 사람아」「풀씨여 풀씨여」 등을 발간하며 변혁운동에 동참했다.
하지만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시민들의 저항이 터져나오면서 사회 각계에서 조직화된 활동이 시작됐다. 이병천 시인은 소설로 전향했고, 고 박배엽 시인은 시를 쓰지 않았으며, 정인섭 시인은 트라피스트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등 각자의 길을 찾아가면서 내부 동인이 떨어져 '발전적 해체'가 이뤄졌다.
민족문학운동을 모색한 '남민시 동인'은 1988년 6월'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이하 민문협)'을 결성해 '민족공동체의 건강한 생활을 올바르게 반영한다'는 기치로 민족민중문학의 시대를 열게 됐다. 이들은 당시 30대 젊은 문학인들이 주축이 되어 원로와 중견 시인·작가들까지 참여의 폭을 넓히면서'양심수 석방을 위한 문학의 밤''참교육 실현을 위한 시와 노래의 밤' 등을 통해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중심을 두고, '민족문학강좌' '창작교실' '시인학교' 등을 통해 지역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큰 얼개를 형성했다.
지난 시대에 대한 반성과 시대 성찰을 위해 「사람의 문학」 을 창간했던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 역사의 흐름에 노골적인 반기를 들었으나, 결국 희망은 사람에게 있다는 믿음을 담아 이름도 「사람의 문학」 으로 만들었다. 대구경북작가회의가 똑같은 제호의 기관지를 창간해 이름을 두고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양보하자는 내부 의견에 따라 「작가의 눈」으로 거듭났다. 혼탁한 세상 속에서도 두 눈을 밝히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회원들의 의지가 담겼다.
1997년 '좀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차원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실천하자'는 분위기에서 '민문협'은 법인화가 이뤄졌고,'민족문학작가회의 전북지회'약칭으로는 '전북작가회의'를 사용하게 됐다.
같은 해 4월19일 '민문협'은 보다 강력하고 힘 있는 문인들의 모임으로 전환해 참다운 민족문학 지향을 목적으로 '전북작가회의'를 결성했다. 민족주체성 회복의 목소리가 드높았던 시대적 요청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자 열악한 사회단체를 도와 성명서 발표를 했고, '동학농민혁명역사교실' '광복60주년 기념 다시 찾은 군산항 기행' 등을 통해 역사를 문학정신으로 회복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월례문학토론회'는 회원들의 창작활동의 깊이와 너비를 볼 수 있는 자리. 회원들에게는 자신의 문학에 대한 냉철한 중간 점검과 새로운 의욕을 갖게 해주는 자리였으며, 일반인들에게는 문학에 대한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기회였다.'전북고교생백일장' '전북지역 대학생 문예워크숍'을 통해 문학청년들에게 희망을 담아냈고, 시민을 위한 '여름시인학교' '문학강연'을 통해 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행사도 꾸준히 꾸려왔다.
최근에 시도했던 '전북문학지도' 발간과 '온라인 전북문학지도'는 가장 긍정적인 반향을 얻었던 작업이었다. 평론가 임명진·이대규씨, 소설가 김병용·최기우씨 등 회원들이 발싸심한 공을 들여 개인적인 글쓰기를 뛰어넘어 도민들을 위해 문학단체가 진정으로 할 수 있는 문필작업이라는데 긍정적인 공감대를 얻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전북작가회의의 발걸음을 담아내는 일은 전북 문학의 역사를 엮어내는 작업이다. 지금보다 더 외롭게 글을 쓰는 작가들이 모여 웃고 떠드는 공간으로, 도내 민족예술활동을 확산시키는 구심체 역할을 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고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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