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송파구 보성고등학교에서 열린 고교 현대사 특강에 강사로 나선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의 `우편향 논란'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평소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해온 안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내재적 발전과 외재적 발전 등 근대화 과정을 해석하는 여러 시각에 대해 설명하며 "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진보진영은 내재적 발전론의 관점에서만 보기 때문에 한국역사를 대외의존이 심한 실패한 역사라고 평가한다. 이 주장이 극대화된 케이스가 바로 북한의 주체사상"이라고 말한 뒤에도 "굳이 주체사상을 욕하려는 것이 아니고, 주체사상의 시각 자체가 그렇다는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이 어느 정도 권위적인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도 "독재정권으로 인해 많은 사회 문제가 생긴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양면을 고르게 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강연을 마친 안 교수는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얘기하려 했지만, 결국은 외재적 발전론 입장에서 설명을 하게 된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의 시각을 버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지금 현대사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첨예한데, 어느 쪽을 선택할 지는 여러분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교 앞에는 강연시간 30분 전부터 민족반역자처단협회 회원 10여명이 나와 안 교수의 현대사 강의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안 교수는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위안부 할머님들과 일제 피해자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면서 "왜곡된 역사관을 청소년들에게 주입하려는 근현대사 특강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안 교수의 사진을 세워두고 계란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당초 이들은 강연 시작 전에 학교 정문에서 안 교수의 차를 가로막고 항의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으나 안 교수가 이들보다 빨리 도착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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