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21:50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세상만사
일반기사

[세상만사] 농협, 뿌리까지 개혁하라 - 조상진

조상진(본보 논설위원)

농협이 난타 당하고 있다. 농협이 NH증권(전 세종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비리가 도화선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 구속 등 전 정권 손보기 차원에서 시작된 느낌도 없지 않으나 이번 기회에 대수술을 받아야 한다는데 대부분 공감한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의미있는 화두를 던졌다. 이날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농민을 위해 온 머리를 다 써야지, 농민들은 다 죽어가는데 정치한다고 왔다갔다하면서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고 질책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특히 이날 던진 화두는 좌판에서 무 시래기를 파는 할머니와의 눈물어린 대화 직후여서 생동감을 더했다.

 

대통령의 이 한마디가 떨어지자 농협 간부 24명이 사의를 밝혔고, 부랴부랴 긴급대책회의가 열렸다. 그리고 구조조정안이 나왔다.

 

사실 농협개혁은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정권이나 중앙회장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이슈중 하나다.

 

그러면 농민들은 농협을 어떻게 바라볼까. 한마디로 "농민위에 군림하는 조직"이다. 돈벌이에 급급하면서 영세농민에게 고금리를 챙기고, 지역조합은 가난한데 중앙회만 배부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협은 거대한 조직이다. 중앙회 밑에 지역본부 16개, 시군지부 156개, 지점·출장소 900개에 직원만 1만6천명이 넘는다. 여기에 농협유통 남해화학 등 2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 지역조합과 품목조합이 1191개에 조합원만 242만명에 이른다.

 

농협개혁 방향은 세가지다. 지배구조 개선과 신(신용사업)·경(경제사업)분리, 지역조합의 문제다.

 

먼저 지배구조 개선. 지배구조는 황제같은 중앙회장의 권한 분산과 연결된다. 자율성 보장을 위해 1988년 직선제를 도입했으나 권한만 더 막강해졌다. 이는 곧바로 비리로 이어져 역대 회장 3명이 모두 구속되었다. 또 감사 기능 등 견제장치가 미흡한 것도 흠이다.

 

다음 신경분리. 농협의 신용사업은 지나치게 비대해진 반면 경제사업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농협의 자산규모는 160조 원을 넘어 국내 금융회사중 4위 수준이다. 노골적으로 종합금융그룹을 지향하고 있다. 임직원도 80% 가까이가 여기에 종사한다. 그동안 농협의 신용사업은 땅짚고 헤엄치기였다. 정부의 정책자금과 자치단체의 금고 등이 든든한 빽역할을 했다. 그런데도 직원 1인당 수익성이나 청렴도는 꼴찌 수준이다.

 

그리고 지역조합 문제. 지역조합은 중앙회로 부터 자금을 받아 연명하는 곳이 많다. 70%가 직원 월급도 못줄 형편이다. 생산성 저하, 영농지도사업과 판매사업 부진, 전문성 결여, 조합원의 주인의식 결여로 인한 모럴 해저드도 심하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농협은 정부의 농정실패 책임을 몽땅 농협에 씌운다고 불만이다.

 

어쨌든 차제에 농협은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 진정한 생산자나 소비자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프랑스 농협의 연합사업체, 네덜란드의 그리너리(Greenery) 등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농민들 또한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조상진(본보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