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선정 5돌 세미나
판소리의 어제와 오늘, 내일에 주목하고, 세계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9일 전주관광호텔에서 열린 한국유네스코연맹 전북협회(회장 윤석길)의 '판소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 유산 선정 5주년 기념 세미나'.
판소리가 유네스코 무형 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것은 '우리 것'이 세계적 의미에서 보편성이 획득됐음을 뜻한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판소리의 인류학적 가치를 모색하고, 이해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취지 .
김기형 고려대교수는 '창작 판소리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최초 창작판소리인 '열사가'를 기점으로 1930∼50년대, 박동진 명창의 활동이 두드러진 1960∼70년대, 임진택씨의 활동으로 집약된 1980∼90년대, 젊은 소리꾼들의 다양한 실험이 이뤄졌던 2000년대 이후로 구분해 그 특징적 양상을 살폈다.
김교수는 "실내극장 설립, 판소리 창극화, 새로운 극 양식 도입으로 판소리가 다른 공연과 경쟁 관계 속에 놓이게 되자 송만갑 이동백 정정렬 등 소리꾼들이 조성성악회(1934)를 통해 신작 판소리 창작과 명창대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다.
1960∼70년대는 민중적 성격이 강한 탈춤 등 시대정신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시도됐던 시기. 하지만 판소리의 재창조 작업은 이렇다할 진전이 없었다. 서사 갈래에 속하면서 완강한 전승력을 지녔기 때문에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속도가 늦은 탓.
김교수는 "임진택씨는 민중문화운동이 확산된 1980∼90년대 창작 판소리 전승 확대에 공을 들인 독보적인 인물"이라며 "'금수궁가'를 작창한 극단 아리랑 배우로 활동했던 김명곤씨, 명창 반열에 오른 소리꾼이지만 판소리 창작에 관심을 보였던 몇 안되는 소리꾼 윤진철씨"등을 예로 들었다.
창작 판소리에 관한 관심은 봇물 터지듯 늘었으나, 판소리 존립에 관한 강한 위기의식이 자리잡은 아이러니했던 2000년대. 김교수는 고민과 문제 의식마저 젊은 소리꾼들 중심으로 공유되고 있을 뿐, 명창 반열에 오른 소리꾼들은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체에서 콘테스트 등을 통해 공연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눈에 띈다"며 판소리 부활을 위해 애쓰고 있는 '또랑깡대 콘테스트' '인사동 거리소리판' 등을 예로 들었다.
김교수는 "창작 판소리를 활성화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인정하되, 이를 외면한다면 판소리 존립자체에 위태로워진다"며 "음악적 해석이나 성음에 대한 문제, 문학성을 담보한 훌륭한 사설의 유무 등이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판소리의 세계화에 관하여'를 주제로 판소리 세계화가 담고 있는 의미를 3단계(인지·향유·활용)로 나눠 이론적인 접근을 한 뒤 이를 발목 잡는 요소를 조목조목 짚었다. 최교수가 꼽은 세계화의 장애요인은 길고 난해한 사설, 거칠고 쉰 '성음' 과 흔들거나 꺾는 독특한 발성법, 양식화돼 있지 않은 너름새, 악보가 없다는 점 등이다.
그는 판소리 세계화를 위해 주석서를 내고 해설서를 곁들이는 등의 작업을 통해 일반인들이 판소리의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번역물의 출간, 볼거리를 갖춘 창극의 적극적 활용, 판소리 전문기관 건립 등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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