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감정은 창조의 모태
우리의 일상적 삶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의식활동 뿐만 아니라 감정생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영국의 근대철학자 데이비드 흄이 말하고 있듯이 감정이 이성보다 삶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감정은 인간의 삶에서 기쁨, 슬픔, 놀람, 분노, 혐오, 시기, 연민 등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 언어로 표현되기도 하고, 공분, 정의감과 같이 사회적 언어로 발화되기도 한다. 또 이는 숭고함이나 아름다움과 같이 미적 언어로 표현되기도 하고, 때로는 성스러움, 허무감, 경외감, 구원과 같이 종교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기도 한다. 감정은 인간의 내면적 삶의 정서적 문법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사회, 시대, 문화, 문명 등 거시적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감정 때문에 타인과 심한 심리적 갈등을 빚기도 하고, 또 사랑으로 인해 타인과 동질감을 느끼며 삶의 보람과 의미를 느끼기도 한다. 또 바닷가에 떠오르는 아침놀이나 지는 석양을 바라보거나 피어오르는 꽃봉오리나 가을의 낙엽을 보며 아름답거나 슬픈 감정을 느끼고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예술 활동을 하기도 한다. 또한 스포츠경기를 관람하며 흥분된 기분을 발산하기도 하며 집단적 감정으로 열광하기도 한다. 감정이란 이렇듯 대상을 인지하며 관계를 맺고 반응하는 인간의 주관적 느낌이자 동시에 인간 상호 간의 관계에서 상호 소통되는 보편적 언어이기도 하다.
문화마다 그에 상응하는 다른 감정이 있다는 감정의 문화이론에 반대해 인류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이 주장하고 있듯이 인간은 기쁨, 고통, 분노, 공포, 놀람, 혐오 등 기본감정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다른 인간들과도 감정의 소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감정이 표현되는 것은 일정한 형식이 있다. 감정은 분노와 고통, 혐오와 공격과 같이 부정적인 심리적 에너지로 표현될 수도 있고, 기쁨이나 감사, 사랑과 같은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반영하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말처럼 감정은 심리적 에너지의 흐름과 같아서 개인의 주관적 심리적 세계에 파동을 일으키기도 하며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주는 전염성이 있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희망과 좌절, 열정과 흥분, 행복과 불행, 안정과 공포, 쾌와 불쾌 등 다양한 감정은 우리의 삶의 회로에 들어와 접속하고 분리되고 또 다시 재접속을 하면서 삶과 끊임없이 호흡한다. 우리의 삶이란 어찌 보면 감정과의 투쟁과정이며 감정에서 인간 삶에 질료적 생명을 부여해주는 동력을 찾아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감정은 삶 자체를 파괴할 수도 있지만 나와 타인의 삶을 살리는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 긍정적 감정은 생명의 에너지를 담고 있으며 모든 창조의 모태가 될 수 있다. 감정을 삶을 살리는 청정한 인성의 에너지로 발굴해 이를 밝은 사회적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김정현(원광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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