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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신씨 첫 시집 '물가죽 북'

꼼꼼한 관찰 많은 이야기 품어..앞에는 풍경 뒤에는 정서 담아

'만약에 침묵에도 숨결이 있다면, 그 숨결에 새겨진 무늬가 있다면, 그리고 그 무늬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문신의 시일 것이다. 그는 침묵과 말 사이에 다리를 놓는 희한한 직업을 가진 것 같다.'

 

어눌한 말투를 가진 시인.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04년 전북일보와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던 문신씨(35)가 첫 시집 「물가죽 북」(애지)을 펴냈다. 차분한 태도와 느린 속도. 그가 쓴 시는 그렇게 읽는 이에게 스며든다.

 

"제가 말을 잘 안하기도 하지만, 못하기도 해요. 글로 쓰는 것은 혼자서 많이 다듬고 고칠 수 있잖아요. 한 편을 쓸 때는 빨리 쓰는 편이지만, 자꾸 만지작거리는 게 됩니다."

 

컴퓨터 화면이 넓다보니 시를 쓸 때는 미처 자신의 시가 길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러나 시집으로 묶다보니 시 하나가 두 쪽을 넘어가고, 한 행도 길다. 그는 "아직은 나 스스로 확신이 없어 같은 말을 계속해서 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요즘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고향은 여수. 열아홉, 늦게 찾아온 사춘기에 읽게된 소설 한 편이 그를 문학의 길로 이끌었다. 시는 전주대 국어국문학과 입학 후 소설을 쓰기 위한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것. 그의 시가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것도 아마 소설에 대한 욕망때문일 것이다.

 

"눈으로 본 것들에 제 마음 속에 있는 것들을 덧씌우려고 합니다. 제가 못나서 그런지 반짝거리고 화려한 것 보다는 부족하고 서투른 것들에 애착이 가요."

 

굳이 여행이라 표현하지 않아도 좋을,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을 그는 바라본다. 시 속에는 무엇인가를 바라봤다는 표현도 많다. 발견의 기록. 눈이 밝은 시인은 세상을 꼼꼼하게 관찰한다.

 

그의 시는 시작 부분에는 시인이 바라본 풍경들이, 뒤이어서는 시인의 정서와 생각들이 따라온다. 딱 드러맞지는 않지만 전통시가에서 '선경후정(先景後情)'과 비슷하다.

 

"대개 고수는 고수를 한눈에 알아보는 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고수가 못되는 보통 사람들은 들여다보고, 훑어보고, 살펴보고,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뒤집어보고, 그리고 된통 혼나본 뒤에야 비로소 그것이 무엇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죠. 제가 쓴 시편들 역시 그렇게 해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라도 독자들이 오래 만지작거리며 읽어주길 바란다는 시인.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읽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쓰지만, 그의 시는 많은 상징을 지니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의도한 바는 없었지만, 읽을 때마다 다르게 해석된다는 말이 고맙다. 시가 좀 투박하고 머뭇대더라도 머리 속에, 가슴 속에,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시이기를 원한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천성 탓에 늘 주변을 맴돌았던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비로소 사람들에게 간절한 말 한마디를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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