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 100년' 전북의 힘 살리지 못했다
'한국 현대문학 100년'을 맞는 해였지만, 지역 문학인들의 힘은 크게 응집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문학은 외연 보다는 내연 다지기에 힘 쓴 한 해였다.
전북작가회의의 20주년은 문학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출판시장은 위축된 듯 보였지만 판매로 이어지지 못했을 뿐 작가들의 창작 활동은 꾸준히 이어졌다. 문학 동인도 많아져 새로 출간된 동인지를 받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올 한 해 전북 문학을 정리하는 집담회에는 조미애 전북문인협회 이사, 이종호 「문예연구」 편집장 및 신아출판사 상무, 문병학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과 함께 본보 문화전문객원기자로 활동 중인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기획실장과 문신 전주권문화정보114 운영팀장이 참여했다.
△ 올해가 '한국 현대문학 100년'이었다. 지난해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을 개최했던 전북 문학의 에너지를 생각한다면,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것 같다.
-최기우= 쓸쓸했다. 전북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홍보가 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젊은 작가들의 참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한국 현대문학 100년'은 '아시아아프리카문학페스티벌'에 이어 다시한번 전북 문학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조미애= 한국문인협회는 전북에 내려와 지역 문학단체들과 '한국 현대문학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열었다. 고창에서 열린 한국문협 대표자대회나 남원에서 열린 '한국 문학 융성을 위한 세미나'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아동문학회도 '한국 아동문학 100년,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주제로 군산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런 행사들은 중앙 문단과 지역 문단과의 만남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종호=「문예연구」에서도 '한국 현대시 100년 탄생 100주년 시인 조명'을 기획특집으로 다뤄 김기림 임화 유치환 등의 시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 전북작가회의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문학으로 시대를 이야기하던 작가회의의 행보가 최근에는 전북 문화를 발굴하고 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작가회의 20주년은 지역에서 의미가 큰 것 같다.
-최기우= 전북민족문학인협의회의 창립부터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 전북작가회의의 발걸음을 담아내는 일은 전북 문학의 역사를 엮어내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동안 전북작가회의는 민족문학이 지향하는 올바른 역사의식과 문학의 건강한 사회적 역할들을 천명해 왔다. 과거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고민은 지역의 정서와 삶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문학의 깊이를 유지하면서 대중들로 그 폭을 넓히는 일이다.
-문신= 전북작가회의는 전북의 문화를 발굴하고 그 현황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전북지역에 민족예술활동을 확산시키는 구심체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병학=전북작가회의가 걸어온 20년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다만, 갈수록 젊은 작가들의 침체와 회원 가입이 정체된다는 점이 아쉽다. 그밖에도 올해 '한국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민족'이란 말이 빠지고 '한국작가회의'로 거듭난 것 또한 기억해야 할 일이다.
△ 전국적으로 출판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올 한해 지역 작가들의 개인 창작활동은 어땠나.
-문병학= 발간된 작품집을 보면 그래도 평년 수준은 유지한 것 같다. 특히 첫 작품집을 낸 작가들이 많았다. 작가들이 첫 작품집에 쏟는 공력을 생각한다면 올해 역시 작가들은 치열하게 창작활동을 이어간 것 같다.
-이종호= 신아출판사에서 발간되는 책들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문예연구」는 다음 호가 60호다. 지역문학에서 「문예연구」 출간은 그 자체만으로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중앙문학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특집에 많은 신경을 써왔지만, 지역문학을 지킨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조미애=「문예연구」는 '중앙문학의 권력화' '지역문학의 종속화'라는 등식을 깨뜨렸다. 중앙에서 우수문예지로도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기우= 신아출판사에서 발간한 책들을 보면 귀중한 가치를 지닌 것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책 구하기가 쉽지 않다.
-문신= 지역작가들의 책이나 동인지 등이 지역 도서관에 조차 비치돼 있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적어도 도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아 발간되는 책이라면 도서관이나 주민자치센터 등 도민의 발걸음이 머무는 장소에 비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올해가 소설가 최명희 추모 10주기가 되는 해이다. 그러나 돌아보니 신석정 이병기 김환태 등 작고문인을 기념하기 위한 문학관 건립을 계속 터덕거리고 있는 것 같다. 작고문인 조명사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최기우= 최명희문학관은 수탁 2기를 맞으면서 2009년과 2010년 중점적으로 전북지역 작고문인들에 대한 연구를 해나가기로 했다. 전북은 문학관이 가장 많은 곳이다. 그러나 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이끌어가고 있는 대부분의 곳들처럼 운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조미애= 작고작가들에 대한 연구가 더이상 늦어져서는 안된다. 도나 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작고작가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전북 관련 작가들의 자료를 모아서 아카이브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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