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무용 첫 대통령상, 새 지평 열어
전북 무용계는 올 한해 손윤숙 발레단이'제17회 전국무용제'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쥐는 등 새로운 역사적 지평을 연 시간이었다. 1년간의 공백기를 깨고 다시 발을 디딘 현대무용단 사포 공연이 주목을 모았으며, 왕의 남자 '광대'를 시도한 남성무용단 M.O.D의 도약도 값진 성과였다. 반면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으로 나뉘어진 무용계가 분야별 소통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발전적인 목소리가 제기됐으며, 무용교사들이 학교무용교육의 정상화를 외치며 무용교사자격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무용 결산 집담회엔 김숙 한국무용협회 전북지회장, 김옥 현대무용단 사포 대표, 김회숙 광주전남북무용교육원 원장, 김안윤 남성무용단 M.O.D 대표가 참여했다.
▲ 전북대 손윤숙 교수가 이끄는 손윤숙 발레단이 전국무용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일궜다. 수상작인 '비포 선셋(Before Sunset)'을 안무한 손교수는 직접 무대에 올라 개인상인 연기상도 수상했다. 전북의 경사였다.
-김숙=전북이 전국무용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특히 손윤숙발레단은 출전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해에도 발레단이 전국무용제 전북 대표로 출전하면서 선발 가능성이 낮았고, 본선에 오른 15개 출전팀 중 발레가 4개팀이나 돼 경쟁 또한 치열했기에 더 값졌다.
-김회숙=이번 수상 소식은 도내 무용계에 우리도 이제 해낼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준 것 같다.
-김숙='비포 선셋' 순회 공연을 하고 싶었으나, 수상 소식이 늦게 알려졌고, 군산과 남원의 극장은 발레 무대에 맞지 않아 전주 삼성문화회관에서만 하게 돼 아쉬움이 컸다.
-김안윤=전북도 이제 스타 작품을 만들 때라는 것을 방증한 사건이었다. 티켓 판매 수익도 공연단체 수익으로 곧장 연결되진 않는다. 전북을 대표할 만한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스타 무용수들도 많이 발굴해야 한다.
▲ 현대무용단 사포는 1985년 창단돼 향토 소재의 무대화, 탄탄한 앙상블과 예술적 완성도를 갖춘 창작 작업으로 도내를 대표하는 전문무용단체다. 창단멤버로 22년간 활동해왔던 신용숙 대표를 잃었던 사포는 올해 대오를 정렬해 '길을 가다'을 올려 그 저력을 입증했다.
-김옥=정말 조심스러웠다. 큰 별을 잃어 섣불리 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1년간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고 관객들이 기대 이상으로 호응해줘서 감사했다.
-김회숙=공연 '길을 가다'를 리허설부터 세 번 봤다. 작품명만 보고 어떤 길을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김옥씨의 감미로운 노래로 추억 속의 무용수들을 일으켜 세우는 마지막 장면은 여운이 깊었다.
-김숙='길을 가다' 공연은 객석을 가득 메운 사포 마니아들의 열기와 환호, 무용수와 스태프들의 탄탄한 앙상블로 사포의 저력을 유감없이 입증한 무대였다.
-김옥= 내년에 서울즉흥국제페스티벌, 성남 야외공연 페스티벌, 부산여름축제에 초청됐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 남성무용단 M.O.D가 전주판 왕의 남자 '광대'를 통해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재즈 등 접목시키는 등 극적인 요소를 강화해 주목을 모았다. 하지만 역량있는 젊은 무용수들의 공연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
-김안윤=M.O.D가 생긴 지 4년 정도 됐는데, 대표 레퍼토리가 없어 '광대'를 만들었다. 4∼5명 단원 외에 나머지는 객원으로 했고, 홍보를 강화해 티켓링크와 TV광고도 했다. 재밌었다는 평은 많이 들었지만, 수익을 내기는 힘들었다.
-김옥=학원 운영 등 뚜렷한 수익 구조 없이 지원금만으로 공연을 꾸리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면 생명력이 없다. 규모가 작은 공간에서도 공연을 꾸준히 하는 게 필요하다.
-김안윤=올해 매달 10번 이상 크고 작은 공연을 해왔다. '광대'를 비롯해 문예진흥기금 지원도 받았지만, 한달에 100만원 밖에 못 벌었다. 기획자가 돼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생겼다.
-김회숙=기업 후원이나 지원금 보조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용공연은 초대권 받고 가는 곳이란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연극만 봐도 무료로 하는 곳이 없다. 초대권이 남발되면, 공연문화가 죽는다.
▲ 몸을 매개로 하는 무용예술은 가장 소통성이 강한 예술장르다. 하지만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등 세 분야로 나뉘어져 서로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옥=도내 현대무용단은 C.D.P와 현대무용단 사포 두 곳 뿐이다. 각자 공연 준비에 바쁘다 보니, 서로 소통하는 기회가 좀처럼 생기질 않는다.
-김숙='시대공감 I Love Dance 2008 무용인의 밤'은 원로들과 선·후배들이 참석해 무용인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일년을 결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도내 대학 무용학과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후배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김안윤=무용협회 회원 가입 문턱이 높은 것 같다. 예총 내 무용협회 홈페이지가 있긴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행사에 참여하는데 심리적인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김숙=10개 협회 행사를 안내하는 팸플릿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파력이 큰 홈페이지에 각종 행사를 모아 알리는 방안도 강구해 보겠다. 숨어있는 좋은 공연도 발굴될 수 있을 것 같다.
▲ 무용교육발전추진위원회가 지난 12일 원광대에서 '학교무용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긴급 제안' 세미나를 가졌다. 무용교사들이 체육교사자격증으로 학교에서 수업하고 있던 모순적인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회숙=16년 째 결혼해서 사는 남편도 내가 체육교사자격증으로 수업하는 줄은 몰랐다. 무용과 체육이 엄연히 다른데 체육에 묶여 다뤄지고 있다.
-김숙=후배들이 전문 교육을 받고도 체육교사로 대접받는 현실은 이제 개선돼야 한다.
-김회숙=내년부터 무용교육대학원도 체육을 선수과목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방침이 내려졌다. 체육교사자격증을 받기 때문에 체육행정으로 간주돼 생긴 일이다. 학교 무용 교육을 정상화 시키려면, 무용교과를 독립시키고 무용교사 자격증을 통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김옥=무용 전공생이 미달돼 무용과 정원이 축소되고, 무용학과가 예술대학에 통합되는 추세다. 무용인들이 힘을 결집시켜 학교 교육의 모순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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