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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20세기 쌍둥이 독재자, 히틀러와 스탈린

'독재자들' 출간

히틀러와 스탈린. 20세기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두 사람은 강력한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이용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히틀러와 스탈린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온 역사학자 리처드 오버리는 '독재자들'(교양인 펴냄)을 통해 '20세기 쌍둥이 악마'로 불리는 히틀러와 스탈린의 독재체제를 다각도로 비교하는 책이다.

 

오버리는 "두 사람의 독재를 공통의 전체주의적 충동이나 똑같이 입에 올리기 힘든 범죄를 저지른 도덕적 악행의 모델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논쟁적인 비교가 아니라 직접적인 역사적 비교를 제공하는 문헌은 적었다"라는 문제의식에서 두 독재체제가 어떻게 출현했고 어떻게 존속했는지를 다양한 층위로 분석한다.

 

책은 두 체제에 대해 '같지만 달랐다'라는 관점을 보인다.

 

두 체제는 20세기 초 유럽 공통의 토대였던 정치적, 문화적, 지적 힘들의 소산으로 모두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 출현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리고 그 계기가 된 사건은 1차 대전이었다.

 

패전 후 러시아는 차르 제국에서 공산주의 공화국으로, 독일은 권위주의적 제국에서 의회제 공화국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폭력과 경제 위기가 촉발됐다.

 

두 나라에 공통으로 발생했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소련에서는 부르주아를 파멸시켜 혁명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독일에서는 파산한 예금주들의 분노가 히틀러식 민족주의의 등장에 크게 기여했다.

 

또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과 1914년 전쟁을 일으킨 독일은 국제 사회로부터 천민 취급을 받았으며 고립감 때문에 두 나라는 한층 더 극단적인 형태로 나아갔고 결국 독재 체제의 출현을 낳았다.

 

국가 운영에서도 두 체제는 비슷했다. 국가 보안기구의 성격이나 대규모 수용소의 이용, 문화적 생산물의 통제, 시쳇더미 위에 건설한 사회적 유토피아라는 점에서 두 체제는 명확한 유사성을 지닌다.

 

두 체제는 모두 억압을 위한 억압은 없었다. 오히려 대중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았고 이 지지는 단순한 복종이나 테러에 의존한 것이 아니었다. 각 체제는 모두 통치를 받는 주민 대다수의 승인이나 협력을 확보함으로써 존재하게 된 것이지 공포를 조성해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두 체제가 이런 공통점을 갖게 된 것은 서로 잘 알고 있었고 서로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탈린은 "독일인과 함께 했다면 우리는 무적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며 히틀러 또한 1945년 2월 자신과 스탈린이 "양측에서 공히 냉철한 현실주의의 정신을 지녔다면 영구적으로 동맹할 수 있는 상황을 창조했을지도 모른다"라고 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차이도 있다. 스탈린은 공식적으로 공산주의 유토피아의 건설을 공언했지만 히틀러와 국가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를 혐오했다. 히틀러는 볼셰비즘을 서구 문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적(主敵)으로 보았고 스탈린은 시장과 자원을 둘러싸고 전쟁에 돌입할 제국주의 세력 중 히틀러의 독일을 가장 위험한 제국주의 국가로 믿었다.

 

그리고 이런 이념 차이 때문에 두 체제는 어느 한 쪽의 생존을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치열한 전쟁을 벌였고 결국 히틀러가 패배하면서 독일은 2차대전 패망의 길을 걷게 된다.

 

저자는 "오늘날 히틀러와 스탈린의 삶은 세상과 시대의 역사가 되어야 한다"며 "두 사람을 낳은 사회 속에서 두 사람을 살피고 전능한 독재자라는 지극히 단순한 이미지를 뛰어넘어 독재 체제를 구성한 역동성을 탐구하는 역사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원제 'The Dictators'. 조행복 옮김. 1천4쪽. 4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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