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털어버리자고, 그리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버리기에 아까웠던 나의 분신들을 꺼내 먼지를 털고 다듬어 주었다. 내 품에서 떠나갈 글들에게 주는 마지막 사랑이었다. 그렇게 떠나보낸 글이 당선 소식을 안고 돌아왔다.
당선 소감을 쓰지 못하고 내내 텅 빈 컴퓨터 화면만 노려보았다.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서둘지 말라고, 때가 되면 순리대로 돌아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텅 빈 화면이 내게 말을 던지고 있었다.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증을 하나 갖고 싶었다. 그러나 자격증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자격증 없이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염원하던 것을 내려놓자, 거짓말처럼 당선 소식이 날아들었다.
기쁘다. 마라톤을 뛰는 주자처럼 지쳐있던 나는 생수를 얻었으니 이제 더 먼 길을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인생의 다양한 모습을 들여다보고, 그 삶의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의 모든 부모들처럼, 쉼 없는 노동과 고단함으로 일생을 보낸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린다.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는 모든 분들께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의 감사를 전한다. 나는 빚을 너무 많이 졌다.
졸고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 아직 멀었으니, 더 열심히 쓰라는 당부로 알겠다. 일생에 한번 불까 말까한 동남풍이 내게로 불어온다.
◆ 약력
본명 : 황춘자
1966년 충남 부여 출생
공주교육대학 졸업
제8회 동서커피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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