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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심사평

생동감 있는 표현·통찰력 돋보여

송하춘 고려대 교수(좌) 김병용 소설가(우) ([email protected])

재료가 좋다고 하여 꼭 좋은 요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요리사의 손맛에 따라 빈약한 재료도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다. 이번 전북일보 신춘문예 심사 기간 내내, 심사위원들은 몇 번씩 아쉬운 입맛을 다셔야 했다. 정말 좋은 글감들이 많았다, 응모자들의 치열한 시대 인식의 결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응모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조리법은 앞으로 더 연마하면 나아지지 않겠는가.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 눈여겨 살펴본 작품은 총 6편이었다. 각기 장단점이 있었다.

 

 먼저, 신호태의 '플랫폼'은 돈벌이를 하는 아내를 대신해 가사를 담당해야 하는 실직 남편의 자기마모적인 고뇌를 심도있게 다뤘다. 다만, 너무 단선적인 진행과 남편이 갖는 피해의식의 원인이 매우 사적인 부분으로 처리됨으로써, 결말부가 매우 빈약해졌다. 김형준의 '럭키데이'는 택시기사로 분장한 무장강도 사건의 여파로 전전긍긍하는 택시기사의 일상과 내면 풍경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극적 반전을 통한 갈등 해소라는 작품 진행 방식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초기 갈등과는 별 연관이 없는 결말부를 만들고 말았다. 작품 말미에 극적 결말을 배치하는 이유는 그동안 벌여놓은 이야기를 수습하고, 총화된 메시지를 창출하기 위해서이지, 새로운 수수께끼를 던지기 위한 것은 아니다.

 

 노령의 '무엇을 남기고 무엇으로 채우랴'는 미륵사탑의 복원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그에 걸맞는 인물 구성 등으로 처음부터 눈길을 끈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조금 허황한 고담준론이 반복됨으로써 인물의 리얼리티가 생성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갈등 상황 또한 미약했다. 매우 아까운 작품이다. 조태연의 '퍼즐'은 본심에 오른 작품 중 가장 실험적인 방식의 이야기 구성을 선보였다. 아슬아슬한 외줄 곡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서 뚝심도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 불필요한 결말 구성을 위해 조금 억지스러운 힘을 낭비한 것이 안타깝다. 정진을 빈다.

 

 장마리의 '산을 내려가는 법'은 끝까지 당선작과 경합을 벌였던 작품이다. 안정된 구성과 정갈한 문장 등도 충분히 가점 요인이 됐다. 나와 선우, 언니와 선생님, 그리고 어머니의 과거, 현재 산악대장과의 이야기 등의 스토리라인이 조금 더 선명하게 부각되었으면,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성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너무 작은 것에 집착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묻기를 주문하고 싶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황정연의 '동남풍'은 우선, 위에 언급한 약점들로부터 모두 비낀 자리에 서 있는 작품이다. 이건 순전히 응모자가 거친 고련의 결과이지, 운이 아니다. 노년의 사랑과 질투에 관한 생동감 있는 표현과 깊이 있는 통찰 또한 다른 응모자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었다. 이야기 구성과 판소리가 접목된 것도 이채로웠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솜씨도 무난했다. 결말부가 조금 아쉬운데, 개인적인 감정의 수습보다는 주제의식에 도달하도록 스토리라인을 이끌었으면 더 좋았을 성 싶다. 사족 한 마디, 이 작품은 보다 더 크게 설계를 했더라면 훨씬 더 근사한 결과물을 낳았을 것이다. 큰 것을 작게 쓴 것이 본인도 아쉬울 수 있겠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새로운 개안을 이루길 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응모한 이들에게는 각고정진하시길 빈다는 말씀 남긴다.

 

◆ 심사위원 : 송하춘(소설가·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병용(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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