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시집 '못의 귀향' 출간
"그래그래 이밤 / 어머니보다 더 늙은 우리 내외가 / 삐뚤삐뚤 쓰여진 철로 따라 예까지 왔구나 / 육십 평생 순례의 끝에서 / 아들 같은 젊은 나도 데불고 / 그래그래 당신에게로 함께 갑니다"('밤기차를 타고' 중)
중견시인 김종철(62) 씨가 일곱 번째 시집 '못의 귀향'(시학 펴냄)을 출간했다.
지난해로 등단 40년을 넘긴 시인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추억을 담은 '초또마을' 연작들로 시집의 문을 열었다.
초또마을 시편 속에는 곧 고향과 동격이기도 한 어머니에 대한 추억담이 비중있게 등장한다.
"어머니는 물동이를 이고 우물가로 갔습니다 / 밤나무 숲에 이르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 소나기가 쏟아지면서 캄캄해졌습니다 / 그 순간 우물에서 무지개가 솟아올랐습니다 / (중략) / 어머니 태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내 나이 이순, 몸 깊이 숨겨 둔 / 당신의 무지개가 / 저세상 잇는 다리로 다시 뜨는 날 / 나는 한 마리 학 되어 / 한 생애를 날아오를 것입니다"('어머니의 장롱-초또마을 시편ㆍ2' 중)
또다른 연작 '순례 시편' 역시 인생 후반부에 접어드는 시인이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과 맞닥뜨리고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는 점에서 '초또마을 시편'과 맞닿아있다.
"환갑 진갑 지나는 / 순례의 첫 밤 / 그 첫날밤의 꼭두새벽 / 두 딸년이 마련해 준 여비로 / 일생의 꿈 마무리하듯 기도하다가 / 손에 불 덴 아이처럼 쩔쩔매는 / 노인네를 보게 되었는데 / 그 굽은 못대가리가 / 바로 나였다니!"('개똥밭을 뒹굴며-순례 시편ㆍ5' 중)
1992년작 시집 '못에 관한 명상'에서 인생은 못 박고 빼는 일의 연속임을 노래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못'과 '망치', '십자가' 등의 은유를 통해 삶을 이야기한다.
"이제는 망치를 들어도 좋을 나이입니다 /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습니다 / 눈 감고 못 박아도 / 세상의 뒤편인 손등은 찧지 않습니다 / (중략) / 이제는 누구의 관 뚜껑인들 망치질 못 하랴 / 이제는 한밤에 못질 되어도 좋을 나이입니다"('망치를 들다' 중)
136쪽. 1만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