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한옥마을에서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다양한 문화행사 취재를 위해서다. 이색체험과 독특한 놀이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댈 것이란 부푼 기대에 한껏 들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연휴동안 만난 전주한옥마을의 문화공간들은 신선하지도, 흥미롭지도 않았다.
이주여성·이주노동자를 위한 전통문화체험의 장이 열린 생활체험관. 바지런을 떨며 오전부터 한옥마을을 찾은 100여명의 이주여성들을 하나같이 반갑게 맞았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에 반가운 메아리는 없었다. 행사 소감을 묻자 "so so"만 외쳐대는 그들에게 도리어 미안함이 들었다.
필리핀에서 온 아내와 한옥마을을 찾은 한 부부.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지루하다'고 말했다. 남편은 안내책자에 수북하게 쌓인 먼지가 한국생활 4년 차의 아내를 실망시켰고, 항상 보던 전시품이나 반복되는 행사들이 오히려 민족고유명절의 특별함을 반감시켰다고 전했다.
널뛰기, 연날리기, 비석치기, 자치기 등 민속놀이가 즐비했지만 차디 찬 한겨울 속 명절을 즐기는 사람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해마다 오십보 백보인 민속놀이는 그들에게 더이상 흥미로운 대상이 아니었다.
이주여성센터 재학생들은 본국과의 문화 소통에 무관심함을 얘기하며, 자신들이 고향을 추억할 매개가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주여성들은 '한국에 시집왔으니 고국은 잊고 오롯이'한국사람'으로 살아라'고 우회적으로 강요받는 느낌도 든다며 반감을 거리낌없이 전했다.
"우리들이 배우는 한국 문화는 대부분 형식적이고 발전이 없다"며 "제대로 배우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털어놓았다.
한옥마을의 지지부진한 '업데이트'와 이주여성센터 예산을 줄이는 행정의 무심함도 비판 대상이었다.
주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옥마을 보존의 취지와 달리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았다. 겉치레 행사가 무성할 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옥마을에 외지인,외국인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명절을 맞은 한옥마을을 돌아보고나니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선다. 전주한옥마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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