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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윈프리 성공 뒤엔 신자유주의가 있다

'오프라 윈프리의 시대' 출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성 3위, 뉴스위크가 선정한 글로벌 파워엘리트 47위,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숨은 공헌자,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5번 선정된 인물, 포브스가 선정한 '2008 연예계 거부(巨富) 20인' 중 1위….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미국의 언론학자 제니스 펙은 '오프라 윈프리의 시대'(황소자리 펴냄)에서 쓰레기(trash) 같다는 의미의 '트래쉬 TV' 토크쇼의 진행자에서 '토크쇼의 여왕'으로, 문화 아이콘으로, 그리고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미디어 권력으로 성장한 윈프리의 '성공 비결'을 비판적 시각에서 파헤친 책이다.

 

펙은 오프라 윈프리 쇼와 오프라 북클럽, 웹사이트, 윈프리가 발행하는 잡지 '오프라 매거진 O'까지 윈프리의 모든 기업체와 윈프리 관련 문헌 등을 분석한 끝에 윈프리가 '토크쇼의 여왕'에서 대중문화계의 주요 인사로 변모해가고 부와 명성을 획득해 가는 과정이 신자유주의의 정치ㆍ경제적 혁명과 때를 같이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오프라 윈프리 쇼를 일명 '레이건식 개혁'과 연관짓는다. 그가 말하는 '레이건식 개혁'이란 부의 불공정한 재분배를 정당화하는 정치ㆍ이데올로기적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관점에서는 집 없는 노숙자, 빈곤, 편모가정, 범죄, 배우자 및 아동학대가 늘어가는 것은 흔들리는 개인의 가치관 탓으로 인식됐고 이는 전통적 가족의 위기에서 비롯된 불행으로 평가된다.

 

저자는 오프라 윈프리 쇼도 같은 관점을 취한다고 설명한다. 정치경제학적 이슈인 빈곤이나 노숙자문제, 사회복지, 실업 같은 문제들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고 정치적 문제를 심리적 문제로 환원시키는 오프라 윈프리 쇼는 '모든 것은 피해를 본 당사자 책임'이라는 식의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1986년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친 그녀의 프로그램은 레이건 이데올로기가 선호하는 진단과 처방을 그대로 답습했다. 여성들에게는 자기 고통의 원인을 자신 속에서 찾으라 했고 더 이상 남자들과 경쟁하거나 그들을 비난하지 말라고 했다. (중략)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투덜대거나 국민의 부담이 되지 말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라고 일렀다. 자기 밥그릇을 정치인들이나 사회에 요구하지 말라고 했고 자기들의 무능력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일자리를 찾아 나서라고 했다. 그냥 '노력만 하면' 된다고 했다"(195쪽)

 

레이거니즘의 확산과 더불어 성장했던 윈프리는 빌 클린턴 시대 또 한 번 도약한다. 특히 클린턴과 윈프리는 인종차별문제에서 같은 태도를 보이며 성공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두 사람은 모두 인종문제를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갔고 해결책 역시 사회적 불평등 개선이 아닌 개인의 태도와 행동방식을 바꾸는 방향에서 모색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1997년 클린턴의 '인종문제에 대한 구상안'에서 인종문제는 집단 사이의 의사소통문제로 정의하고 대화를 통해 이를 치유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한다. 이는 역시 인종이나 인종차별문제를 대할 때 '개인의 책임'이라고 주문을 외는 윈프리의 시각과 같은 것이다.

 

윈프리는 또한 인종문제는 심각하지 않으며 자신이 흑인이라서 못 이룬 것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윈프리는 백인들에게 자신이 흑인들의 '비위'나 맞추는 사람이 아님을 확인시키며 백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백인들을 오프라 윈프리 쇼의 주 시청자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저자는 "오프라의 시대는 개인의 책임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심미적인 관점에서 우리 자아를 이렇다저렇다 비현실적으로 진단하며 공공의 책임감을 저버렸다"고 결론지으며 "이제 정치적 가치를 되살리고 정치의 장이 원래 자기 자리로 돌아가 맡은 몫을 다하게 하고 정치적 논의와 논쟁을 되살리기 위해서 다시 정치화의 과정을 밟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박언주ㆍ박지우 옮김. 496쪽. 1만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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