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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필봉 정월 대보름 굿' 가보니 "얼쑤" "지화자"

신명난 굿판에 지역민·방문객들 어깨춤 절로

7일 오후 1시30분 임실 필봉마을. 웅성웅성대는 무리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양진성 임실필봉 농악보존회 회장(44·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이 연신 웃으며 반겼다.

 

"인제 시작 할라구요."

 

한 손엔 쇠채를, 다른 손은 쇠를 잡고 흥겨운 듯 사람 틈새를 헤매는 그다. 나발 소리가 울리자 흩어져있던 치배들이 부산하게 대오를 정렬했다. 흐드러지게 분위기를 띄우는 장구소리, 둔탁하면서도 옹골찬 북과 소고 소리가 뒤따르면서 마을 어귀는 뜨겁게 달구어졌다. '제28회 필봉 정월 대보름 굿'이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풍만한 배를 드러내며 교태스런 몸짓을 보인 각시와 화동의 입담에 더욱 푸진 판.

 

질굿 가락으로 몰아가면서 기를 중심으로 굿패가 둘러서자 '기굿'이 시작됐다. 상쇠가 어름굿을 치자 치배와 관람객 모두가 세 번 절을 올렸다.

 

당산나무 주위를 돌다가 질굿 가락을 맺고 절을 올리는'당산굿'의 엄숙함도 잠시. 상쇠의 즉흥가락이 다시 신명을 흔들어 깨웠다.

 

60여가구 주민들이 먹고 살았다는 마을의 공동샘은 가뭄으로 이미 말라있는 상태였다. 아들·딸 잘 낳고, 장수하게 한다는 이 물을 나눠 마시고 '마당밟이' 하러 앞서거니 뒷서거니 나섰다.

 

오후 7시 굿마당은 은빛 천지다. 환한 달빛이 잦아들자 낮도깨비처럼 여기저기를 뒤적이던 풍물패들이 밤도깨비처럼 요란스레 다시 들고 일어섰다.

 

"얼쑤" "지화자"

 

임실필봉 농악전수회관을 거쳤거나, 굿을 구경삼아 마실 나온 이들이 환한 달빛에 세안을 했다.

 

어둠이 내려앉으니 더욱 환하게 태워지는 달집.

 

"내년 보름에 다시 만나 꼭지 여문 저 달을 명주실 굵게 꼬아 묶어놓고, 여한조차 다하도록 놀아보세."

 

한해 소망과 기원을 담고, 얽히고 섥혔던 삶의 희비가 풀어지면서 새 힘 얻어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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