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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선택이 넘치는 사회 - 전성철

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만약 산신령이 당신에게 다가와서 '내가 딱 한 가지 선물을 주겠다. 무엇이든 얘기해봐라'고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주문하겠는가? 많은 사람이 '건강' '돈' 등을 주문하겠지만 아무리 건강하더라도 거지가 되면 무엇을 하겠으며, 돈을 잔뜩 갖고도 병상에 누워만 있다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그러나 딱 한 가지만 주문하면서도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가장 많은 선택을 가지도록 해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은 '많은 선택'이다. 돈이나 건강 같은 것들은 깊이 생각해보면 다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행복한 인간이란 사실 많은 선택을 가진 사람이다.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이 선택이라면 가장 좋은 사회란 자연히 시민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해주는 사회다. 선택이 없는 사회를 우리는 '배급제 사회'라고 부른다. 공산주의 사회가 대표적인 예다. 공산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결국엔 모두를 가난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그에 못지않은 단점으로 모든 것을 '배급'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선택을 주는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예를 들어, 국민의 행복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교육 문제를 보자.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를 '평준화'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평준화는 우리 학생들에게 중요한 선택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공부만으로 경쟁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지만, 축구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편안히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다. 이러한 후자의 학생들에게 평준화는 매우 좋은 제도다. 바로 그들이 원하는 선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는 평준화 제도가 아니라 전자의 학생들, 즉 경쟁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경쟁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머리가 터지도록 경쟁하고 그를 통해 탁월함을 추구하고 싶은 학생들은 그것을 선택할 수가 없다. 그들은 선택을 빼앗긴 채 '뺑뺑이'라는 배급품에 만족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평준화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평준화에 얽매이지 않는 중·고등학교를 만들어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것이다. 평준화를 없애면 우리는 또다시 애당초 평준화를 가져 왔던 엄청난 질곡을 반복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시민에게 가용한 선택을 줄임으로써 역사를 후퇴시킬 것이다.

 

우리는 똑같은 문제를 의료 분야에서도 발견한다. 우리 의료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과 마찬가지로 환자들에게서 선택을 빼앗고 있다. 무엇이든 값이 똑같다는 것은 선택이 없다는 것이다. '선택이 넘치는 사회'란 비싼 것도 있고 싼 것도 있는 사회이다. 비싸게 주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덜 좋은 대신 돈을 덜 낼 수 있는 그런 곳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만일 한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의 값이 같다면 그것은 국민의 선택을 엄청나게 제한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다양성에 대한 갈구를 느끼며 찾아 외제차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 있는 환자들이 선택을 찾아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이것은 외화를 유출시킬 뿐 아니라 우리 의료 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다. 우리같이 인적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 만일 고급 의료 서비스, 즉 선택이 허용된다면 전 세계로부터 환자들이 몰려올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과 정부는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다양한 선택권이란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정책을 국민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선택이 넘치는 사회'가 우리 국민이 갈구하는 사회다.

 

/전성철(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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