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 꿀꺽…알 꽉 찬 이맘때가 제철, 지방 없어 살찔 걱정 'NO'
바다에 침몰한 채 800∼900년을 잠자던 태안선을 발견한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주꾸미였다. 주꾸미를 잡으려던 어부가 통발로 주꾸미를 걷어올렸고, 수만 점에 이르는 청자를 적재한 '보물선'이 발견됐다.
딱딱한 물체 속에 잘 숨는 주꾸미를 잡기 위해 소라 껍데기 수백 개를 '미끼' 삼아 개펄에 드리웠던 것이 청자를 빨판으로 끌어당겨 온몸을 덥고 있었던 것.
'주꾸미 청자'는 이렇게 탄생됐다.
주꾸미가 별미로 대접 받은 것도 아주 최근이다. 낙지가 싸고 흔했던 시절, 주꾸미는 못 나고 맛이 없는 낙지의 사촌에 불과했다. 겨울에서 봄 사이 배고픈 시절 서해안 어촌에서나 먹던 천덕꾸러기였던 셈이다. 서식처인 서해 연안 갯벌이 심각하게 오염되자, 깨끗한 환경에 익숙한 낙지는 오염을 견디지 못하고 갯벌을 떠났다. 그러지 않아도 비쌌던 낙지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꾸미로 젓가락을 돌렸다. 낙지만큼 감칠맛 나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담백한 주꾸미를 재발견했다.
주꾸미는 아미노산, 철분 등이 풍부한 스태미너식. 특히 간을 정화해 피로를 풀어주는 타우린 성분이 많아 춘곤증 예방에도 좋다. 반면 지방은 1%도 되지 않아 살찔 염려도 없다.
5월 산란기를 앞두고 3∼4월에 잡히는 주꾸미는 흔히 머리로 아는 몸통에 알이 가득 차는데, 이 알이 별미다. 잘 데친 주꾸미 몸통을 입안에 쏙 넣어 씹으면 물컹하게 터지는 속살, 입안 가득 먹물이 터지고 쌀알 같은 알이 씹힌다. 쫄깃쫄깃 씹는 맛이나 영락없는 찹쌀이다.
주꾸미 다리를 잘게 썰어 다진마늘·풋고추·당근 등과 함께 버무려 참기름과 소금에 찍어 먹는 주꾸미 회는 술안주거리로 많이 즐기는 메뉴.
쫄깃한 주꾸미와 갖은 야채를 고추장에 볶아내는 것도 맛있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샤브샤브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끓는 물에 채소, 버섯 등과 함께 주꾸미를 통째로 넣으면 여덟 다리가 '꽃 피듯' 쫙 퍼지고 황갈색이던 몸색깔이 선홍빛으로 바뀐다. 이 때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항암작용이 있다는 먹물과 밥알 같이 생긴 주꾸미 알의 쫄깃함과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 살짝 데쳐야 부드럽다.
주꾸미를 집에서 요리해 먹고 싶다면, 밀가루나 소금 등으로 문질러 씻어야 한다. 미끈미끈한 성분이 밀가루에 묻어 나와 깨끗해진다.
신선하다면 동그란 부분의 내장을 그대로 익혀 먹어도 된다. 먹고 싶지 않으면 칼집을 내 내장을 도려내고 알은 그대로 둔다.
볶거나 무칠 때에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 살짝 데친 후 양념해야 질지 않고 겉물이 돌지 않는다.
일부 미식가들은 시뻘겋게 맵게 볶은 주꾸미를 매운 카레에 찍어 먹기도 한다. '이열치열'로 오히려 덜 맵고 부드러운 맛이 나기 때문이라나. 부드러운 달걀찜과 곁들이면 매운 맛을 중화시켜 궁합이 잘 맞다.
마지막으로 주꾸미를 제대로 요리해 주는 맛 집 몇 군데를 알고 있다면 '박사'라는 호칭은 물론이고 계산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것이다. 인기도 몸값도 많이 오른 덕분에 주꾸미의 평화로운 삶은 이제 과거가 됐지만 말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