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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job는 당신] 문학평론가 이희중 전주대 교수

"깊게 읽으며 작가와 교감"…문학평론가는 경지 오른 독자, 지식 뽐내기보다 정독이 중요

"문학평론가는 '진화한 독자'입니다. 문학 독자 중에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 본선 2라운드 경기가 한창이던 18일 오후. '시인, 비평가, 시연구자, 시교육자 등 여러 얼굴들'을 가진 이희중 교수(50·전주대 국어교육과)가 TV 수상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마치 책을 정독하듯.

 

'이 작품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라는 오만함(?)을 품었던 '뿔테 안경'의 청년은 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가 됐다. 87년 광주일보 '창간 기념 문예'에서 시인으로 등단한 뒤다.

 

'경상도(밀양) 사내'가 97년 아무 연고도 없는 전주에 왔을 때 안도현 시인은 먼저'같이 놀자'고 그를 꼬였다. 이씨는 전북작가회의가 내는 「작가의 눈」을 편집하면서 '김용택 형', '이병천 형' 등 좋은 문인들을 만나 전주에 동화(同化)될 수 있었다.

 

"평소에 좋은 시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깊이 읽어보면 아닌 경우도 있고, 별로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좋은 시인이라고 재평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는 "문학 평론은 자기가 아는 것을 자랑하거나 '말발'을 뽐내는 게 아니라 작품 자체를 꼼꼼히 읽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쪽 판에서도 어디를 통해 등단했느냐에 따라 모양 좋게 쳐주는 게 있다”면서 "'권위' 있는 중앙지나 문예지가 아니면 절반만 등단한 걸로 본다”며 전국 문단의 그릇된 '권위주의'를 꼬집었다.

 

한동안 문단 안팎으로 비판 받았던 '주례사 평론'에 대해서도 에둘러 고충을 털어놓았다. "'표지 4'라고 해서 책 맨 뒤 겉표지에 싣는 평론이 있습니다. 일종의 '축사' 같은 것인데요. 가령 결혼식 하객으로 가서 '얘가 학교 다닐 때 누구랑 사귀었다'는 등의 얘기를 꺼내는 게 과연 적절할까요?” 평론가가 일방적으로 '단 소리'만 하는 것은 문제지만, '입바른 소리'가 언제나 옳은 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문학판에선 거북하면 아예 입을 다문다”고 덧붙였다.

 

그가 문학평론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적은 언제일까.

 

"이문재 시인은 80년대 '시운동'을 통해 등단했습니다. 문학판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통로로 등단한 거죠. 그가 「2003년 소월시문학상」을 탔을 때 주관사인 '문학과사상사'가 이문재 시인 특집판을 만들었습니다. 저도 당시 길지 않은 글을 썼습니다. 나중에 사석에서 문재 형이 '지금까지 내 시 전체를 평론해 준 건 네가 처음이다'고 말했을 때, 의외였습니다. 이문재 형하고는 그 뒤로 막역한 사이가 됐습니다.”

 

문학 평론이 단순한 책 안내서가 아닌 자기 형식과 문체를 가진 '독립적인 읽을거리'가 돼야 한다고 믿는 그는'아름답고, 차분하고, 속 깊은 글'을 썼던 유종호, 김현, 이상섭 등을 역할모델로 꼽았다.

 

"일단 작품을 열심히 읽어줬고, 문학 작품의 장점과 내부를 잘 분석해 사람들에게 보여줬습니다. 문장의 아름다움, 글의 논리적 완결성, 비평적인 문체 등이 다 본보기죠.”

 

그는 "일부 평론가들은 문학 작품이 아닌, 자기 명예나 지명도에 더 신경 쓰는 것 같다”면서 "평론가는 잡지사로부터 청탁받아 쓰는 데 함몰되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책 단위의 평론집을 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문학 평론이 여느 직업처럼 '경제적 보상'을 해주진 않지만, 비단 책뿐 아니라 세상 만물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가볼 만한 길”이라고 말했다.

 

"쉬운 글로 쉬운 평론을 쓰고 싶다”는 그는 올해 안에 그동안 써놨던 글 중에서 발표 안 한 것들을 모아 평론집을 내 볼 계획이다.

 

인터뷰 내내 깜빡거렸던 TV 수상기에선 "우리나라가 일본을 4:1로 꺾고 4강에 올랐다”는 '낭보'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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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김준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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